체이서 — 1,022개 물건 이름을 배운 개
체이서가 1,022개 물건 이름을 배운 방법과 몸짓 단서를 막은 검사, 범주 이름, 처음 듣는 이름, 단어 순서 실험을 정리했다. 한 마리의 결과를 모든 개에게 적용할 수 없는 이유와 집에서 따라 할 방법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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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 결론
- 존 필리 — 어떤 연구자였나
- 1. 체이서를 가르친 방법
- 2. 무엇을 '배웠다'로 인정했나
- 3. 네 개의 실험과 그 숫자
- 4. 문장 실험 — 어순을 뒤집은 이유
- 5. 이 결과에 붙은 비판
- 6. 체이서 이후 — 2024~2026년
- 7. 반복 학습만으로 설명할 수 있나
- 8. 사람은 언어를 어떻게 배우나
- 9. 언어를 이루는 분야 — 개에서는 무엇이 확인됐나
- 10. 개의 신호 구조에서 시작한다면
- 11. 집에서 적용하는 절차
- 12. 세 종이 공유하는 뇌
- 13. 뇌의 차이 — 크기만 비교하면 부족하다
- 14. 유인원에게 언어를 가르친 결과
- 15. “뇌가 달라서 못 한다”는 주장들
- 16. 언어 처리와 관련된 뇌 연결
- 17. 유전자
- 18. 필리가 남긴 1차 영상 자료
- 19. 출처
존 필리 — 어떤 연구자였나
존 W. 필리(John W. Pilley, 1928–2018)는 언어학 교수가 아니라 미국 워퍼드 대학의 심리학 교수였다. 정확히는 학습심리학에서 출발한 연구자다. 목회자로 일하다가 36세에 심리학 대학원으로 옮겼고, 멤피스주립대에서 학습 연구자 프랭크 리밍의 지도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9년부터 워퍼드에서 가르쳤고 1996년에 은퇴했다.
| 교육 | Abilene 학사, Princeton Theological Seminary 신학 학위, Stetson 석사, Memphis State 심리학 석사·박사 |
|---|---|
| 초기 연구 | 쥐의 부분강화와 소거를 이용해 보상 경험과 좌절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시험 |
| 워퍼드 재직 | 1969–1996년 심리학 교수. 은퇴 뒤에는 대학 운동선수의 수행심리도 지도 |
| 개 연구 | 리코 논문을 계기로 체이서에게 물건 이름, 범주, 행동, 새 이름 선택과 문장 순서를 장기간 훈련 |
| 핵심 논문 | Pilley & Reid 2011 물건 이름 연구, Pilley 2013 세 요소 문장 연구 |
행동주의자였나
훈련 방법만 보면 행동주의 학습심리학의 전통이 분명하다. 필리는 체이서의 행동을 고전적 조건형성, 조작적 조건형성, 반복과 강화로 만들었다고 직접 썼다. 1966년 초기 논문도 쥐에게 보상을 일부 시행에서만 주고, 보상이 사라졌을 때 행동이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를 측정한 실험이었다.
다만 그를 엄격한 의미의 행동주의자로만 부르면 뒤 연구를 놓친다. 체이서 논문에서는 물건 이름의 지시 대상, 범주, 추론, 기억, 문장 속 역할 같은 인지 개념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따라서 가장 정확한 설명은 ‘행동주의적 학습 방법으로 출발해 개의 인지와 언어 비슷한 능력을 연구한 학습심리학자’다.
연구와 훈련에 관한 필리의 생각
- 학습은 앞에서 배운 것 위에 쌓이므로, 한 번에 어려운 지시를 주지 않고 행동과 이름을 나눠 가르쳐야 한다.
- 주된 보상은 간식보다 놀이와 사회적 관심이었다. 체이서가 즐거워하고 계속 참여하는 상태를 중요하게 봤다.
- 개가 지시를 따르지 않았을 때 곧바로 고집이나 낮은 지능으로 해석하지 말고, 사람이 뜻을 제대로 전달했는지 먼저 물어야 한다고 보았다.
- 체이서가 특별한 천재라기보다 다른 개에게도 배울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같은 강도의 훈련을 받은 비교 집단이 없어 이 일반화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왜 더 다양한 통사론 실험으로 가지 않았나
논문에 적힌 사실부터 보면, 간단한 세 요소 지시도 곧바로 성공하지 않았다. 일곱 살에 문장 훈련을 시작했고, ball nemm Frisbee와 영어식 take ball to Frisbee는 안정적으로 수행하지 못했다. 결국 체이서가 첫해부터 따로 배운 to와 take를 쓰고, 마지막에 들은 물건을 먼저 무는 경향에 맞춰 to ball take Frisbee 순서로 바꿨다. 정식 검사도 75~78%였고, 다른 개와 비교한 자료는 없었다.
여기서 확인되는 것은 다음 단계가 어려웠을 가능성이지, 개가 복잡한 문법을 절대 배울 수 없다는 결론이 아니다. 필리는 이론언어학자가 아니었고 2013년 논문 이후 문장 길이, 다른 동사, 계층 구조를 시험한 후속 논문을 내지 않았다. 고령과 연구 시간이 영향을 주었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중단 이유였다고 본인이 학술 자료에 밝힌 기록은 찾기 어렵다. 그러므로 ‘못해서 그만뒀다’거나 ‘나이 때문에 끝났다’고 단정할 수 없다.
1. 체이서를 가르친 방법
체이서를 가르친 사람은 미국 워퍼드 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다 은퇴한 존 필리다. 2004년에 보더콜리 리코가 물건 이름 200개를 안다는 논문이 나왔고, 그는 200개가 한계인지 아니면 훈련량의 문제인지를 알고 싶어 했다. 아래는 논문에 적힌 절차 그대로다.
생후 8주 — 데려온 날부터 하루 4~5시간
체이서는 2004년 5월생 암컷 보더콜리로, 생후 8주에 필리 부부의 집에 왔다. 실험 동물이 아니라 집에서 함께 사는 반려견이었고, 훈련은 데려온 첫날부터 시작됐다.
처음 넉 달은 단어보다 기본 행동을 가르쳤다. 사람과 지내는 법, 양몰이, 장애물 달리기, 냄새 추적 등을 연습했다. 이 시기의 목적은 사람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었다.
생후 5개월부터 물건 이름을 본격적으로 가르쳤다. 필리는 이 무렵 체이서가 물건마다 다른 이름이 붙는다는 훈련 방식을 익혔다고 보았다.
장난감 1,038개 — 중고매장에서 모으고 이름을 매직으로 적었다
3년에 걸쳐 1,038개의 물건을 모았다. 대부분 중고 할인매장에서 산 어린이·강아지 장난감으로, 봉제 동물 800개 이상, 공 116개, 프리스비 26개, 플라스틱 물건 100개 이상이었다. 같은 물건은 하나도 없었다.
그중 1,022개에 한두 단어짜리 고유 이름을 붙였다 — elephant, lion, tennis, Santa Claus 같은 식이다. 이름이 겹친 16개는 실험에서 제외했다.
이름은 물건 표면에 유성 매직으로 직접 적었다. 여러 사람이 번갈아 훈련했기 때문에, 누가 가르치든 같은 이름을 쓰게 만드는 장치였다. 이름표가 없었다면 훈련자마다 부르는 말이 갈렸을 것이다.
체이서가 입으로 물고 다니므로 필요할 때마다 물건을 씻었다. 특정 냄새를 외워 고를 가능성을 줄이려는 조치이기도 했다.
보상은 간식이 아니라 놀이였다
보상은 쓰다듬기와 관심, 그리고 함께 노는 시간이었다. 줄다리기, 공 쫓기, 장난감 흔들기, 원반 놀이, 장애물 달리기, 산책, 냄새 추적 등을 했다.
필리는 체이서에게 놀이가 간식보다 효과적인 보상이었다고 적었다. 놀이를 할 때 주의가 덜 흐트러졌고, 반복해도 보상에 대한 흥미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고 보았다.
간식은 손으로 유도해야 하는 동작을 처음 가르칠 때만 썼다.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기 같은 동작이 그 예다.
쫓고 가져오는 행동을 좋아하는 체이서의 성향을 훈련에 활용했다.
새 이름 하나를 가르치는 방법 — 하루 한두 개
하루에 가르치는 새 이름은 한두 개였다. 3년간 1,022개라는 숫자는 이 속도가 만들어낸 것이지 체이서의 한계가 아니다. 필리 본인이 논문에 그렇게 적었다.
절차는 단순하다. 물건을 들고 가리키면서 "Chaser, this is ___. Pop hide. Chaser find ___." 이라고 말한다. 바닥에 다른 물건이 하나도 없으므로 틀릴 수가 없다.
찾아온 뒤에는 3~5분간 그 물건으로 함께 논다. 한 번 연습하는 동안 놀이 시간을 포함해 물건 이름을 20~40번 말했다.
사람·다른 개·고양이·장소·고정된 물건의 이름도 같은 방식으로 가르쳤다. 다만 물어 오는 게 아니라 "go to"로 그쪽에 가게 했다.
최근에 배운 물건끼리 묶어 매일 복습했다
새로 배운 물건은 최근에 배운 다른 물건들과 한 묶음으로 만들었다. 논문에서는 이를 작업 그룹이라고 불렀다.
2~4주 동안 매일 이 물건들로 이름 맞히기와 놀이를 반복했다.
아는 이름이 늘면서 한 번에 복습하는 물건도 50개 이상으로 늘었다. 물건은 뚜껑이 열린 통에 보관했고, 복습할 때 체이서나 훈련자가 통에서 꺼냈다.
새 물건을 추가하면 오래된 물건은 복습 묶음에서 뺐다. 다만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물건은 계속 복습했다.
실수가 나오면 다른 물건을 모두 치우고 그 물건만 남긴 채 다시 가르쳤다. 한 번의 훈련에서 새 이름보다 이미 배운 이름을 복습하는 시간이 더 길었다.
처음에는 틀리기 어렵게 가르쳤다
필리는 실패할 수 없을 만큼 쉬운 상황을 먼저 만드는 방식을 썼다. 체이서가 실패할 낌새를 보이면 불러들여서 방법을 다시 생각하거나 난이도를 한 단계 내렸다.
범주 훈련에서 틀린 물건을 골랐을 때는 부드럽게 "No, that is not ___" 라고만 말했다. 이 즉각적이고 약한 교정으로 오답률이 내려갔다.
강제로 시키지 않았다. 체이서가 싫어하는 게 있으면 다른 방법을 찾았다.
2. 무엇을 “배웠다”로 인정했나
이 연구의 강점은 한 번 맞힌 것을 “안다”고 세지 않은 데 있다. 훈련 중 검사, 월간 전체 복습, 훈련자와 서로 보이지 않게 한 검사를 따로 두었다. 아래 확률은 논문 저자들이 무작위 선택만 했다고 가정해 계산한 값이다.
| 검사 | 언제 | 방식 | 우연 확률 |
|---|---|---|---|
| 8개 중 1개 고르기 | 훈련 중 매일 | 익숙한 물건 8개 중에서 이름으로 하나를 고른다. 나머지 7개도 하나씩 이름을 불러 함께 복습한다. | .125 |
| 8연속 정답 (학습 기준) | 이름마다 1회 이상 | 위 검사를 여덟 번 연속으로 틀리지 않아야 그 이름을 배운 것으로 셌다. 중간에 틀리면 검사를 중단하고 추가 훈련 후 처음부터 다시. | 5.96E−8 |
| 20개 묶음 검사 | 매달 | 배운 이름 전체를 20개씩 나눠 바닥에 무작위로 놓고 순서대로 가져오게 한다. 1,000개를 넘긴 뒤에는 한 달에 50번의 20개 검사가 필요했다. | 18/20 → .00016 |
| 서로 보지 못하게 한 20개 검사 | 매달 | 배운 것 중 100개를 무작위로 뽑아 20개씩 다섯 묶음으로 나눈다. 훈련자와 체이서가 서로 다른 방에 있어 눈이 마주치지 않고, 훈련자는 물건의 위치도 체이서의 선택도 볼 수 없다. | 18/20 이하 → 최대 .00016 |
논문은 월간 20개 검사 838회와 그중 훈련자와 개가 서로 보지 못하게 한 검사 145회를 보고한다. 다만 이 p값은 “체이서가 무작위로 골랐는가”를 묻는 값이지, 연구 설계 전체가 옳을 확률이나 다른 개도 같은 결과를 낼 확률이 아니다. 훈련 중 실수와 재훈련 횟수는 모두 기록하지 않았다.
3. 네 개의 실험과 그 숫자
2011년 논문은 네 개의 실험으로 되어 있다. 각 실험은 앞선 리코 논문에 제기됐던 질문을 하나씩 확인한다.
리코 논문이란
2004년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카민스키·콜·피셔가 Science에 낸 보고다. 아홉 살 보더콜리 리코(Rico)가 물건 이름 200개 이상을 안다는 내용이었고, 처음 듣는 이름으로 처음 보는 물건을 골라냈다. 4주 뒤에는 6회 중 3회 맞혔지만 p < .1이라 통상적인 p < .05 기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저자들은 이 결과를 세 살 아이의 수행과 비교했지만, 확실한 장기기억 증거로 단정하면 과장이다.
논문 발표 뒤에는 이름과 명령을 구분했는지, 범주를 이해했는지, 새 물건을 단지 선호한 것은 아닌지에 관한 비판이 나왔다. 필리와 리드는 체이서 연구에서 이 쟁점들을 각각 시험했다.
- 폴 블룸— 리코가 “양말”이라는 소리를 양말로 이해한 게 아니라 “양말을가져와”라는 하나의 명령으로 처리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름이 대상을 가리킨 것이 아니다. 또 아이에게 단어는 범주를 가리키는 상징인데 리코가 범주를 갖는다는 증거가 없다. → 실험 2와 3에서 확인
- 마크먼과 아벨레브 — 아는 이름을 제외해 새 물건을 골랐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 신기한 것을 고르는 성향을 따로 재지 않았으니 리코가 그냥 새 물건이 좋아서 골랐을 수 있고, 고른 뒤에 보상을 줬으니 다음 기억 검사에 보상의 영향이 섞였을 수 있다. → 실험 4에서 확인
- 피셔 등의 재반박 — 리코는 새 물건을 가져오기 전에 익숙한 물건 두 개를 먼저 가져왔으므로 새 물건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 필리는 이 절차를 그대로 쓰면서 새 물건을 더 좋아하는지도 따로 측정했다
남은 물음 하나가 실험 1이다. 보더콜리는 200개보다 더 배울 수 없는가, 아니면 더 오래 가르치면 더 배울 수 있는가.
보더콜리가 물건 이름을 얼마나 많이 배울 수 있나
- 3년간 하루 4~5시간, 하루 한두 개씩 이름을 가르쳤다.
- 매달 이미 배운 이름 전체를 다시 검사했다. 물건을 20개 단위로 바닥에 무작위로 놓고 하나씩 이름을 불러 가져오게 했다.
- 여기에 더해, 훈련자를 다른 방에 두어 체이서와 서로 볼 수 없게 했다. 그런 상태에서 매달 100개를 무작위로 뽑아 20개씩 다섯 묶음으로 검사했다.
- 1,022개 이름 전부에서 학습 기준을 통과했다.
- 32개월 동안 838회의 월간 20개 검사에서, 한 번도 20개 중 18개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 훈련자와 체이서가 서로 보지 못한 검사 145회에서도 결과가 같았다. 적어도 이 검사에서는 훈련자의 몸짓이나 표정이 성적을 끌어올렸다고 볼 만한 흔적이 없었다.
- 훈련 3년 뒤 심리학과 학생 100명 앞에서 공개 검사를 했다. 학생들이 1,022개 물건 중 50개를 무작위로 골랐고, 체이서와 지시를 내린 사람은 선택 목록을 미리 볼 수 없었다. 체이서는 46개를 맞혔다(92%).
- 학습 속도는 3년 내내 줄지 않았다. 훈련을 멈춘 이유는 체이서가 한계에 도달해서가 아니라 하루 4~5시간을 더 낼 수 없어서였다.
물건 이름과 행동 신호를 따로 배웠나, 문장 전체를 하나의 명령으로 외웠나
- 이 질문은 리코 연구에 대한 Paul Bloom의 비판에서 나왔다. 개가 '양말'을 물건 이름으로 배운 것이 아니라 '양말 가져와' 전체를 하나의 명령으로 외웠을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 행동 신호 세 개(take, paw, nose)와 이름 세 개(Lips, ABC, Lamb)를 무작위로 조합해 14번 시험했다. 이 조합은 이전에 한 번도 가르친 적이 없었다.
- 실험자는 천 칸막이 뒤에 무릎을 꿇고 지시만 했다. 체이서도 실험자도 서로를 볼 수 없었고, 실험자는 어떤 물건이 선택됐는지도 볼 수 없었다.
- 매 시행이 끝나면 정답과 무관하게 "Good dog!"이라고 외쳤다. 정답 여부의 단서를 지우기 위해서다.
- 영상을 세 명의 독립 평가자가 채점했다. 먼저 소리를 끄고 봐서 어떤 행동을 어떤 물건에 했는지만 기록한 뒤, 소리를 켜고 지시와 맞는지 판정했다.
- 세 평가자가 모두 같은 판정을 내렸고, 14회 전부 정답이었다.
- 훈련한 적 없는 조합인데 첫 시행부터 맞혔다. 명령과 이름을 각각 배운 뒤 둘을 합칠 수 있었다는 뜻이다.
범주를 가리키는 이름을 배울 수 있나
- toy, ball, Frisbee 세 개의 보통명사를 가르쳤다. 체이서는 이 물건들의 고유 이름을 이미 전부 알고 있었다.
- ball은 둥근 물건 116개, Frisbee는 원반형 26개로 생김새가 범주의 단서가 된다. 반면 toy는 생김새가 제각각이고, 오직 '놀아도 되는 물건'이라는 기능만 공통이었다.
- 여러 물건에 같은 범주 이름을 붙이는 연습을 한 뒤, 그 범주에 맞는 물건을 골라내는 검사를 했다. 해당 물건 8개와 아닌 물건 8개를 안쪽·바깥쪽 두 원에 번갈아 놓아 위치를 외워 맞히지 못하게 했다.
- 검사 때는 물건을 옆방에 두어 검사자가 볼 수 없게 했다.
- 세 범주 모두 여덟 번 연속으로 틀리지 않고 골랐다.
- 생김새가 제각각인 toy에서도 성공했다. 필리는 체이서가 모양이 아니라 ‘함께 놀 수 있는 물건’이라는 쓰임을 기준으로 골랐다고 해석했다.
- 같은 물건에 고유 이름, toy, ball이라는 세 가지 이름이 붙어도 구별했다.
아는 이름을 제외해 처음 듣는 이름의 물건을 고를 수 있나
- 먼저 신기한 것에 끌리는 성향을 따로 측정했다. 처음 보는 물건 2개와 익숙한 물건 8개를 놓고 익숙한 것만 이름으로 부르는 검사를 8회 했다.
- 실제 검사에서는 처음 보는 물건 1개를 익숙한 물건 7개 사이에 놓았다. 먼저 익숙한 물건 두 개를 이름으로 가져오게 한 다음, 세 번째에 처음 듣는 이름을 불렀다.
- 그 뒤 즉시·10분 후·24시간 후에 이름을 기억하는지 검사했다. 8일에 걸쳐 8회 반복했다.
- 2년 뒤 다섯 살 때 새 물건으로 같은 절차를 다시 했다.
- 신기함만으로 물건을 고른 비율은 0이었다. 8회 모두 익숙한 물건만 이름 순서대로 가져왔다.
- 아는 이름의 물건을 제외하고 새 물건을 고르는 검사에서 8회 모두 성공했다. 다만 처음 두 번은 특별한 격려가 필요했다. 이름을 모르면 물건들 사이에 그냥 서 있는 게 체이서의 습관이었다.
- 바로 다시 물었을 때는 8회 모두 맞혔다. 10분 뒤에는 8회 중 5회, 24시간 뒤에는 8회 중 1회만 맞혔다. 한 번 고른 새 이름이 장기기억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 다섯 살 때 다시 한 검사에서도 새 물건 고르기는 8/8, 바로 다시 물었을 때는 6/8, 10분 뒤에는 4/8이었다.
아는 이름을 제외해 새 물건을 한 번 골랐다고 그 이름을 기억한 것은 아니었다. 체이서는 24시간 뒤 검사에서 8개 중 1개만 맞혔다. 따라서 남은 물건을 고르는 능력과 새 이름을 오래 기억하는 능력은 구분해야 한다. 필리는 선택 직후 그 물건으로 다시 놀며 이름을 반복했다.
4. 문장 실험 — 어순을 뒤집은 이유
필리는 2013년에 네 단어로 말하는 세 요소 지시를 시험했다. 목적지, 동사, 가져갈 물건이라는 세 문법 역할로 이루어진 지시다.
왜 영어와 다른 순서로 지시했나
필리는 먼저 ball nemm Frisbee를 시도했지만 안정된 성공이 나오지 않았다. 영어식 “take ball to Frisbee”에서는 체이서가 공이 아니라 마지막에 들은 프리스비를 물었다. 마지막 이름이 목적지를 뜻하는데도 그랬다.
그래서 목적지를 앞에, 가져올 물건을 뒤에 두도록 순서를 바꿨다. 이는 체이서가 마지막에 들은 이름을 먼저 집는 경향을 보였다는 뜻이다. 이 한 사례를 모든 개의 기억 법칙으로 모든 개가 그렇다고 말하면 안 된다.
결과
- 익숙한 물건으로 한 실험에서 32번의 선택 중 25번 정답 (78%).
- 처음 쓰는 물건 이름으로 한 실험에서 24번 중 18번 정답 (75%). 문장 단위로 외운 게 아니라 새 조합에도 적용됐다는 뜻이다.
- 물건이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지시를 듣고, 가져올 물건과 목적지를 차례로 고르는 선택 24번을 모두 맞혔다.
이 실험은 체이서가 익숙한 세 요소 틀 안에서 위치 정보를 사용했다는 증거다. 그러나 비교할 다른 개들이 없었고 한 마리만 시험했으며, 네 요소 이상이나 새로운 문장 구조로 확장되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를 “개가 문법을 안다”는 결과로 읽으면 과장이다.
왜 물건 이름 실험은 많고 문장 실험은 하나뿐인가
필리는 물건 이름만 가르친 것이 아니다. take·paw·nose 같은 행동 신호, toy·ball· Frisbee 같은 범주 이름, 사람과 장소의 이름도 가르쳤다. 하지만 문장 구조를 시험한 것은 목적지·행동·물건으로 이루어진 세 요소 지시뿐이었다. 연구가 여기서 끝난 이유를 논문이 모두 설명하지는 않는다.
논문에서 확인되는 사실
- 2011년 연구의 주된 질문은 많은 물건 이름, 범주 이름, 아는 이름을 제외한 새 물건 선택이었다. 연구진은 1,022개가 체이서의 학습 한계가 아니라 하루 한두 개씩 가르친 연구 기간의 결과라고 명시했다.
- 2013년 연구에서는 처음에 영어식 지시를 사용했지만 체이서가 마지막에 들은 물건을 집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목적지를 앞에 두는 순서로 바꿔 세 요소 지시를 시험했다.
- 네 요소 이상의 지시, 격이나 어미 같은 형태 표지, 떨어진 요소 사이의 관계, 문장 안에 문장이 들어가는 구조는 시험하지 않았다. 성공하거나 실패했다는 자료가 아니라 자료 자체가 없는 경우다.
이 연구로는 알 수 없는 것. 영어식 지시에서 실패했다고 해서 개가 조사와 어미나 복잡한 문장 구조를 배울 수 없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이마 앞쪽 뇌의 크기, 필리의 연구 분야나 나이, 개가 사람처럼 말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연구 중단의 원인으로 제시한 자료도 없다. 현재 근거로는 “세 요소 밖은 시험하지 않았다”고만 쓰는 것이 정확하다.
실험의 물건 배치, 역할 반전, 정확한 결과와 논문 안의 절차 설명 오류는 필리 2013년 논문 상세 해설에서 논문 순서대로 확인할 수 있다.
5. 이 결과에 붙은 비판
스탠퍼드에서 언어와 사고를 연구하는 마이클 프랭크는 서평에서 체이서의 수행 자체보다 그 결과를 다른 개와 다른 언어 능력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를 문제 삼았다. 1,000개가 넘는 물건 이름을 구별한 결과는 받아들이면서도, 이를 인간 언어의 다른 능력까지 확장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어순은 체이서에게 맞춰 최적화된 것이다
프랭크는 체이서가 영어식 순서에서는 마지막 물건 이름을 집었고, 순서를 바꾸자 과제를 수행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어떤 형태의 지시는 배우기 어려웠는지에 관한 기록이 부족해, 체이서가 습득한 규칙의 범위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는 이름을 제외해 고른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필리는 신기한 것을 고르는 성향을 0으로 측정했고 이건 리코 연구보다 나아진 부분이다. 다만 익숙한 물건의 이름이 신기함 선호보다 강하기만 하면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은 남는다.
보상과 반복이라는 말만으로는 결과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필리는 주로 반복, 보상, 행동 변화로 훈련을 설명했다. 프랭크는 이것만으로는 체이서가 ‘장소’를 어떻게 구별했고, 첫 구간이 목적지를 뜻한다는 점을 어떻게 배웠는지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남는 것
프랭크의 요지는 체이서의 성공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확인된 것은 많은 물건 이름, 세 범주 이름, 제한된 단어 조합이다. 조사와 어미를 이해하는지, 새로운 문장을 스스로 만드는지, 문장 안에 문장이 들어간 구조를 이해하는지는 시험하지 않았다.
- 체이서가 순서 정보를 썼다 — 근거 있음. 순서를 반대로 바꾼 문장과 새 물건에서도 75~78%.
- 체이서가 영어 어순을 배웠다 — 아니다. 오히려 실패해서 어순을 뒤집었다.
- 체이서가 세 요소 틀 밖으로 확장했다 — 검증되지 않았다.
- 이 연구가 개의 문법 능력을 입증했다 — 아니다. 한 마리, 하루 4~5시간 3년, 고정된 세 요소 틀에서 나온 결과다.
- 개에게 순서 규칙을 가르칠 수 있다 — 체이서 한 마리에서는 가능했다. 어떤 순서가 다른 개에게도 쉬운지는 별도 검증이 필요하다.
- 비교 집단, 연구 전 분석 계획 공개, 다른 연구자의 반복 검증이 있었다 — 아니다. 결론의 범위를 좁혀야 하는 이유다.
6. 체이서 이후 — 2024~2026년
물건을 가져오는 행동만으로는 이름을 들은 개가 특정 물건을 예상한 것인지, 익숙한 행동 순서를 실행한 것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2024년 뇌파 연구는 개에게 행동을 요구하지 않고 이름과 뒤이어 제시된 물건이 일치하는지에 따른 뇌 반응을 비교했다.
이름을 들은 뒤 해당 물건을 예상했다는 뇌파 반응 (2024)
헝가리 외트뵈시 로란드 대학 연구진이 개 27마리를 모집해 18마리를 분석했다. 조건은 최소 세 개의 물건 이름을 안다고 보호자가 보고한 개들이었다.
보호자가 개가 아는 장난감 이름을 말한 직후 물건을 보여 준다. 절반은 말한 것과 같은 물건이고, 절반은 다른 물건이다. 그 순간의 뇌파를 기록했다.
일치할 때와 어긋날 때 평균 뇌파가 달랐고, 보호자 보고상 더 잘 아는 단어일수록 차이가 컸다. 사람 연구에서 이름과 대상이 어긋날 때 나타나는 뇌파 변화와 시점은 비슷했지만, 같은 방식으로 뜻을 처리한다고 확정한 결과는 아니다.
개에게 행동을 요구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일치 조건과 불일치 조건의 평균 뇌파가 달랐다. 이는 이름을 들은 뒤 특정 물건을 예상했다는 해석을 지지한다. 이 효과는 보고된 어휘 수가 적은 개에서도 나타났다. 다만 결과에 포함된 개는 18마리였고, 모두 보호자가 최소 세 물건 이름을 안다고 보고한 개였다. “모든 개가 물건 이름을 안다”고 확장할 수는 없다.
보호자들의 대화를 지켜보며 새 이름을 배운 사례 (2026)
같은 헝가리 팀이 이름을 아주 많이 아는 소수의 개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다. 개에게 직접 가르치지 않고, 보호자들끼리 대화하는 것을 옆에서 듣게만 했다. 이름과 물건이 동시에 제시되지도 않았다.
이 소수의 개들은 보호자와 직접 상호작용한 조건뿐 아니라 제3자 대화를 지켜본 조건에서도 새 이름을 배웠다. 논문 제목의 “18개월 아기처럼”은 이 실험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답했다는 뜻이지, 개와 아기의 언어 학습 전체가 같다는 뜻이 아니다.
이 결과를 해석할 때는 비교 집단을 함께 봐야 한다. 물건 이름을 배워 본 적 없는 보더콜리 10마리에게 같은 절차를 적용했더니 한 마리도 배우지 못했다. 따라서 보더콜리라는 견종만으로 설명할 수 없고, 이미 큰 물건 이름 어휘를 가진 개에게 한정된 결과로 읽어야 한다.
버튼을 누르는 개들 (2024)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대학의 사운드보드 연구가 두 편 나왔다. 하나는 몸짓을 읽는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려고 다른 단서를 막은 실험이다. 개들은 “play”, “outside” 같은 말에 대해, 보호자가 말하든 버튼이 재생하든, 보호자가 누르든 낯선 사람이 누르든 똑같이 적절하게 반응했다.
다른 연구는 대규모 버튼 기록에서 두 버튼 조합이 단순히 무작위로 생기거나 보호자의 사용을 그대로 따라 했다고 보기 어려운 패턴을 보고했다. 그러나 기록에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각 누름의 의도나 문법을 확정할 수는 없다. 조건을 엄격히 통제한 실험으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
7. 반복 학습만으로 설명할 수 있나
체이서는 이름을 들려주고 해당 물건으로 놀아 주는 일을 반복하며 배웠다. 보상과 반복이 중요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이 소리를 들으면 이 행동을 한다”는 명령 하나로 외운 것만으로는 아래 결과를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
| 문장 전체를 명령 하나로 외웠다면 | 각 물건의 이름을 따로 배웠다면 | |
|---|---|---|
| 예측되는 반응 | 익숙한 문장을 들었을 때 정해진 행동을 한다 | 이름을 들으면 특정 물건을 예상하고, 그 이름을 여러 행동 신호와 함께 쓸 수 있다 |
| 묶이는 대상 | 익숙한 신호·행동 묶음만으로도 수행할 수 있다 | 같은 물건에 이름이 여럿 붙는다. 체이서는 고유 이름·toy·ball 셋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
| 새 조합 | 조합 전체를 외웠다면 새 조합에서 실패해야 한다 | 요소를 각각 알면 처음 보는 조합도 된다. 체이서는 훈련한 적 없는 명령·이름 조합 14회를 전부 첫 시행에 맞혔다 |
| 바로 보상하지 않아도 | 직접 보상 없이도 관찰·추론으로 선택할 수는 있다 | 아는 이름의 물건을 제외하고, 처음 듣는 이름에 맞는 새 물건을 고른다 |
| 행동을 안 해도 | 행동만 봐서는 이름을 듣고 특정 물건을 떠올렸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 개가 가만히 있어도 뇌가 “예상과 다르다”고 반응한다 |
문장 전체를 하나의 명령으로 외운 것만은 아닌 이유
아래 결과는 이름을 문장 속 소리 조각으로만 외운 게 아니라, 물건과 따로 연결해 배웠다는 해석을 뒷받침한다. 그렇다고 반복과 보상이 필요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 처음 보는 이름·행동 조합에 적용했다— 체이서의 실험 2. “가져와 양말”이 한 덩어리라면 이름은 행동의 일부일 뿐이다. 명령 셋과 이름 셋을 무작위로 섞은 조합에서 14회 전부 맞혔고, 그 조합은 한 번도 훈련한 적이 없었다. 훈련하지 않은 조합을 첫 시도에 해낸 것은 이름과 행동 신호를 따로 배운 뒤 다시 합칠 수 있었다는 해석을 뒷받침한다. 반복해서 배운 내용을 새 상황에 적용한 사례다.
- 하나의 물건에 이름이 셋 — 실험 3. 같은 공이 고유 이름이면서 ball이면서 toy다. 한 물건에 여러 이름을 붙여도 구별했다. 이름 하나가 행동 하나에만 묶여 있었던 것은 아니다.
- 직접 가르치지 않은 이름에도 답했다 — 실험 4. 처음 듣는 이름을 불렀을 때 처음 보는 물건을 골랐다. 그 이름과 물건을 짝지어 가르친 적은 없었다. 아는 이름의 물건을 하나씩 제외하고 남은 새 물건을 고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처음 두 번은 특별한 격려가 필요했고, 원논문 저자도 칭찬의 영향과 이전 학습의 영향을 완전히 분리할 수 없다고 적었다.
- 행동 없이도 뇌가 반응한다 — 2024년 뇌파 연구. 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이름과 다른 물건이 나오자 평균 뇌파가 달라졌다. 이는 행동 수행과 분리된 이름을 들었을 때 특정 물건을 예상했다는 증거지만, 그 예상이 반복 학습 없이 생겼다는 뜻은 아니다.
- 보상도 지시도 없이 배운다 — 2026년 엿듣기 연구. 개에게 말을 건 것도 아니고, 이름과 물건을 동시에 보여준 것도 아니고, 맞혔을 때 보상한 것도 아니다. 이름과 물건을 동시에 보여 주지 않은 조건에서도 학습했다. 이는 사회적 관찰과 기억을 통한 학습을 보여 주지만, 대화 속 정보와 사물 사이의 관계를 전혀 학습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반복 학습과 이름 이해는 함께 일어날 수 있다. 필리도 반복하고 보상하며, 쉬운 동작부터 조금씩 가르치는 방법으로 앉기·기다리기·물어오기·통에 넣기를 만들었다.
중요한 질문은 반복해서 배웠느냐가 아니라, 배운 이름을 원래 훈련하지 않은 행동·범주· 조합에도 쓸 수 있었느냐다. 체이서는 제한된 실험 안에서 그렇게 했다.
8. 사람은 언어를 어떻게 배우나
아기는 말소리 구별, 단어 경계 찾기, 단어와 대상 연결, 단어 조합, 상황에 맞는 사용을 서로 겹치는 시기에 배운다. 아래 연령은 엄격한 단계가 아니라 각 능력이 뚜렷하게 관찰되는 대표적인 시기다.
말소리를 구별한다 — 태어나서 12개월
영아는 생후 첫해에 여러 말소리 대조를 구별하고, 6~12개월 사이 모국어에서 자주 쓰이는 대조에 더 민감해진다. 반대로 주변 언어에서 단어의 뜻을 가르는 데 쓰이지 않는 소리 차이에는 민감도가 낮아질 수 있다. 소리를 못 듣게 되거나 능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자주 듣는 언어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도록 지각의 기준이 조정되는 것이다.
단어의 경계를 찾는다 — 8개월
이어서 말할 때는 글처럼 단어 사이에 빈칸이 생기지 않는다. 생후 8개월 무렵의 영아는 어떤 음절들이 자주 이어지는지를 단서로 삼아 연속된 말소리에서 단어 후보를 구분할 수 있다. 통계적 규칙은 여러 단서 가운데 하나다.
말하는 사람이 보고 있던 물건을 고른다
화자의 시선과 의도가 단어 학습에 미치는 영향을 시험한 고전적인 실험이다. 뚜껑 덮인 통 두 개를 아기 앞에 놓는다. 실험자가 첫 번째 통을 들여다보며 “It’s a modi”라고 말한다. 그리고 곧바로 두 번째 통에서 장난감을 꺼내 아기에게 준다. 10초 뒤에 첫 번째 통의 물건도 준다.
소리와 물건이 시간적으로 가까운 것만으로 배운다면 아기는 두 번째 물건을 modi라고 해야 한다. 아기들은 첫 번째를 골랐다. 말한 사람이 어디를 보고 있었는지가 단순히 시간상 가까이 나온 물건보다 강한 단서가 됐다. 이는 단어를 배울 때 말하는 사람과 같은 곳을 보는 일과 그 사람의 의도가 중요하다는 증거다. 반복해서 소리와 대상을 연결하는 학습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처음 듣는 단어의 뜻을 추론한다
세 살 아이에게 “빨간 쟁반 말고 크로뮴 쟁반을 가져와”라고 하면, 크로뮴이 무슨 색인지 모르면서도 초록 쟁반을 고를 수 있다. 이미 아는 이름의 대상을 제외하고 새 단어를 남은 대상과 연결한 것이다. 리코와 체이서도 익숙한 물건들 사이에서 처음 듣는 이름을 새 물건과 연결해 골랐다. 다만 체이서는 24시간 뒤 대부분을 기억하지 못했으므로, 한 번의 배제 선택을 장기 학습과 같게 보면 안 된다.
단어를 이어 말하기 시작한다 — 18~24개월
많은 아이가 이 시기에 두 단어를 잇기 시작한다. 어순은 별도 문법 수업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들은 문장의 분포와 의미·상황 단서를 함께 이용해 익힌다.
2~4세 아이는 반복해서 들은 말에서 규칙을 찾아 다른 단어에도 적용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영어의 went를 goed라고 잘못 말하기도 한다. 이 오류는 아이가 들은 표현을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형 규칙을 적용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맥락에 맞춰 쓴다 — 말을 배우기 전부터
영아는 말을 하기 전부터 상대와 시선을 맞추고 시선을 따라가며 상호작용의 차례를 주고받기 시작한다. 상대의 지식이나 말하지 않은 뜻을 추론하는 능력은 이후 오랫동안 발달한다.
개는 사람이 어디를 보는지 읽고, 일부 개는 아는 이름을 제외해 새 물건을 고르거나 사람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이름을 배운다. 그러나 사람 아기처럼 이미 아는 이름의 물건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추론했다고 확정할 수는 없다. 소리 구별과 단어 조합 능력이 거의 없다고 한 문장으로 단정해서도 안 된다.
학습 속도만으로 학습 방식까지 단정할 수는 없다. 사람 영아와 개는 접하는 말의 양, 사회적 상호작용, 검사 방식이 모두 다르다. 따라서 어휘 수와 학습 기간만 직접 비교해서 어느 종이 같은 방식으로 배우는지 판단할 수 없다.
9. 언어를 이루는 분야 — 개에서는 무엇이 확인됐나
언어는 말소리, 단어 구조, 의미, 문장 구조, 상황에 맞는 사용처럼 서로 다른 분야로 나눠 연구할 수 있다. 체이서에게 강하게 확인된 것은 주로 물건 이름과 범주 이름의 구별이다. 따라서 1,022개 이름을 배웠다는 결과를 인간의 언어 능력 전체와 같게 볼 수 없다.
| 분야 | 무엇을 다루나 | 사람 아기 | 개 | 개 연구 현황 |
|---|---|---|---|---|
| 음운론(Phonology) — 말소리의 규칙 | 말소리를 구별하고, 언어에서 허용되는 방식으로 배열한다 | 생후 첫해에는 세계 여러 언어의 말소리 차이를 폭넓게 구별한다. 6~12개월 사이에는 자주 듣는 언어에서 중요한 차이를 더 잘 구별하고, 거의 듣지 않는 차이에는 덜 민감해진다. 8개월 무렵에는 자주 이어지는 소리 묶음도 단어를 찾는 단서로 쓴다 | 말소리의 차이에 반응한다. 다만 소리가 비슷한 이름을 얼마나 세밀하게 구별하는지는 연구마다 결과가 다르다 | 근거 적음 |
| 형태론(Morphology) — 단어가 바뀌는 방식 | 단어 앞뒤에 짧은 말이 붙어 뜻이 바뀌는 현상을 다룬다. 복수, 시제, 한국어의 조사와 어미가 예다 | 2~4세에는 반복해서 들은 말에서 규칙을 찾아내기 시작한다. 영어의 went를 goed라고 잘못 말하는 현상도 과거형 규칙을 배워 적용한 결과다 | 복수·시제·조사처럼 단어에 붙은 부분을 규칙적으로 이해하는지는 제대로 시험되지 않았다 | 시험 안 함 |
| 어휘·의미론(Lexicon & Semantics) — 단어의 뜻 | 어떤 소리가 어떤 대상·행동·범주를 가리키는가 | 생후 두 번째 해에 어휘가 빠르게 늘기 시작한다. 증가 시기와 속도에는 개인차가 크다 | 체이서 한 마리는 1,022개 고유 이름과 세 범주 이름을 구별했다. 2024년 뇌파 연구에서는 여러 가정견도 이름을 들은 뒤 해당 물건을 예상한 것으로 보이는 반응을 보였다 | 근거가 가장 많음 |
| 통사론(Syntax) — 문장을 만드는 규칙 | 단어와 구를 결합해 문장을 만드는 규칙을 다룬다. 어순은 그 수단 중 하나다 | 주변에서 어떤 말이 자주 함께 나오는지, 그 뜻과 당시 상황이 무엇인지 함께 이용한다. 두 살 무렵부터 단어를 조합하는 능력이 빠르게 발달한다 | 체이서 한 마리가 세 요소로 고정된 지시에서 순서 정보를 사용했다. 이것만으로 개가 사람처럼 문장을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 한 연구 |
| 화용론(Pragmatics) —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뜻 | 상황과 상대의 행동을 함께 보고 말의 뜻을 이해하고 사용한다 | 말을 배우기 전부터 사람과 같은 대상을 함께 보고, 다른 사람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본다 | 사람의 시선, 가리키기, 보고 있는 방향을 잘 이용한다. 개가 다른 동물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는지는 실험 방식과 성장 경험에 따라 달라진다 | 여러 연구 |
짧은 순서를 구별했다고 문법을 안다고 볼 수는 없다
연구진이 알고 싶었던 것은 동물이 외운 소리 하나를 다시 알아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처음 듣는 음절에도 같은 배열 원칙을 적용할 수 있는가였다. 이를 시험하려고 실제 단어 대신 뜻이 없는 여러 음절을 두 종류로 나누고, 음절 자체는 계속 바꾸면서 종류가 나오는 순서만 일정하게 만들었다.
먼저 이해할 것 — AⁿBⁿ을 구별한다는 말의 뜻
A와 B는 글자나 특정 음절이 아니라 소리의 종류다. 타마린 실험에서는 여성 목소리로 말한 여덟 음절을 A 종류, 남성 목소리로 말한 다른 여덟 음절을 B 종류로 묶었다. 위에 붙은 n은 같은 종류가 몇 번 나오는지를 뜻한다.
| 배열 원칙 | n이 2일 때 | n이 3일 때 | 들리는 차이 |
|---|---|---|---|
| (AB)ⁿ | ABAB | ABABAB | 두 종류가 한 번씩 번갈아 나온다. |
| AⁿBⁿ | AABB | AAABBB | A가 먼저 모여 나오고 B가 뒤에 나온다. 두 종류의 개수는 같다. |
실제 소리로 생각하면 쉽다. A 종류의 서로 다른 음절을 ‘여성 목소리 ①·②’, B 종류를 ‘남성 목소리 ①·②’라고 하자. (AB)²는 여성①–남성①–여성②–남성②, A²B²는 여성①–여성②–남성①–남성②다. 사용한 음절 수는 네 개로 같고, 어느 종류가 어느 자리에 나오는지만 다르다.
따라서 동물이 둘을 “구별했다”는 말은 이 두 배열을 서로 다르게 대했다는 뜻이다. 타마린에게는 낯선 배열이 나왔을 때 스피커를 더 자주 보는지 측정했고, 찌르레기에게는 한 배열에서만 반응 장치를 쪼도록 훈련했다. 동물에게 n이나 수식을 보여 주고 문제를 풀게 한 것이 아니다.
왜 하필 이 두 배열을 비교했나
- (AB)ⁿ은 바로 앞 소리만 보면 된다. A 다음에는 B, B 다음에는 A가 오는지만 확인하면 길이가 길어져도 같은 방식으로 판단할 수 있다.
- 수학에서 말하는 AⁿBⁿ 전체에는 AB, AABB, AAABBB뿐 아니라 n이 아무리 커져도 A와 B의 수가 같은 모든 문자열이 포함된다. 이를 일반적으로 판정하려면 앞에서 A가 몇 번 나왔는지 기억했다가 뒤의 B와 맞춰야 한다.
- 그래서 연구진은 동물이 가까이 붙은 두 소리의 교대만 배우는지, 떨어진 두 묶음의 수까지 연결하는지를 비교하려 했다. n에 제한이 없다면 AⁿBⁿ은 몇 가지 상태만 오가는 단순한 규칙으로 처리할 수 없지만 문맥자유문법으로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두 배열이 계산 방식의 차이를 시험하는 간단한 실험 재료로 선택됐다. AABB 자체가 사람 문장과 같다는 뜻은 아니다.
AⁿBⁿ은 AB의 양쪽에 A와 B를 하나씩 더 붙여 AB → AABB → AAABBB처럼 만들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논문에서는 이를 재귀 규칙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같은 결과를 냈다고 동물이 반드시 그 재귀 규칙을 사용한 것은 아니다. 소리의 총길이, 첫 소리와 마지막 소리, A에서 B로 바뀐 위치, 같은 종류가 연속된 횟수 같은 더 단순한 단서로도 짧은 시험 문제를 풀 수 있다.
여기서 “개수를 센다”는 말도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 ABAB와 AABB는 둘 다 A 두 개와 B 두 개이므로 A와 B의 전체 개수만 세서는 둘을 나눌 수 없다.하지만 AⁿBⁿ에 맞는지만 판단할 때는 먼저 이어진 A의 수를 세고, 뒤에 같은 수의 B가 나오는지 확인하는 방법을 쓸 수 있다. 이 방법은 문장 안에 어떤 구가 들어 있는지나 각 소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AⁿBⁿ을 알아봤다는 결과만으로 사람 문장의 계층 구조를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다.
더욱이 이 대표 실험들이 사용한 것은 n이 2~4인 짧은 소리다. 수학의 AⁿBⁿ은 n에 상한이 없지만, 동물 실험에서 무한히 긴 소리를 들려줄 수는 없다. 따라서 처음 듣는 음절과 조금 더 긴 배열에서도 성공했는지를 확인할 수는 있어도, 동물이 무한한 문맥자유 규칙이나 사람 문장의 재귀 구조를 습득했다고 입증할 수는 없다.
2004년 목화머리타마린 실험 — 듣기만 한 뒤 낯선 순서에 반응하는가
- 연구진은 여성 목소리로 말한 음절 여덟 개를 A, 남성 목소리로 말한 다른 음절 여덟 개를 B로 정했다. 매번 그중 하나를 무작위로 골라 소리 순서를 만들었다.
- 성체 타마린 20마리를 두 집단으로 나눴다. 한 집단은 ABAB 또는 ABABAB처럼 번갈아 나오는 소리를, 다른 집단은 AABB 또는 AAABBB처럼 같은 종류가 먼저 모이는 소리를 들었다.
- 저녁에 우리 안에서 규칙에 맞는 서로 다른 소리 60개를 20분 동안 들려줬다. 타마린이 정답을 골라야 하는 훈련은 아니었고, 이때 먹이 보상도 규칙과 연결하지 않았다.
- 다음 날 한 마리씩 방음실에 넣고 2분간 다시 익숙하게 한 뒤, 처음 듣는 소리 여덟 개를 들려줬다. 네 개는 전날 규칙과 같고 네 개는 반대 규칙이었다. 연구진은 소리가 날 때 타마린이 스피커 쪽을 바라봤는지 영상을 보고 판정했다. 영상을 채점한 사람은 어떤 조건의 소리인지 몰랐다.
| 미리 들은 규칙 | 새 검사 소리에 보인 반응 | 말할 수 있는 범위 |
|---|---|---|
| (AB)ⁿ — ABAB처럼 번갈아 나옴 | 10마리 중 9마리가 규칙을 어긴 소리에 더 자주 고개를 돌렸다. 전체 검사에서는 규칙 위반 소리의 72%, 같은 규칙 소리의 34%에서 스피커를 봤다. | 짧은 소리에서 A와 B의 교대가 깨진 것을 알아챘다. |
| AⁿBⁿ — AABB처럼 같은 수를 맞춤 | 규칙 위반 소리에는 29%, 같은 규칙 소리에는 31%가 반응했다. 차이가 없었다. | 이 짧은 수동 노출 실험에서는 두 묶음의 수가 같은지 배웠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
여기서 72%는 시험 문제의 정답률이 아니라 그 소리를 들었을 때 스피커를 바라본 검사 비율이다. AⁿBⁿ에서 반응 차이가 없었다고 해서 타마린이 어떤 훈련을 받아도 이 규칙을 절대 배울 수 없다고 결론 내릴 수도 없다.
2006년 찌르레기 실험 — 먹이 보상으로 오래 훈련하면 달라지는가
- 사람 음절 대신 찌르레기 노래에서 가져온 떨리는 소리 여덟 개를 A, 지저귀는 소리 여덟 개를 B로 삼았다. 같은 재료를 ABAB와 AABB 순서로만 다르게 배열했다.
- 찌르레기 11마리에게 한 규칙의 소리가 나오면 반응 장치를 쪼고, 다른 규칙이면 쪼지 않도록 가르쳤다. 절반은 AABB에, 나머지는 ABAB에 반응하면 먹이를 받았다.
- 9마리가 학습 기준에 도달했다. 걸린 양은 새마다 100회 묶음 94~562개, 즉 9,400~56,200회로 크게 달랐다. 타마린의 20분 수동 노출과는 전혀 다른 훈련이다.
- 먼저 기준에 도달한 네 마리에게 훈련에 쓰지 않은 새 조합과 더 긴 AAABBB, AAAABBBB를 들려줬다. 네 마리는 새 조합과 더 긴 순서도 우연보다 잘 구별했다. 연구진은 첫 두 소리, 마지막 두 소리, BA가 한 번 나오는지만 보는 방법으로 풀었는지 확인하는 추가 검사도 했다.
연구진은 찌르레기가 A와 B의 수를 맞추는 규칙이나 그와 같은 결과를 내는 규칙을 배웠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실제 시험에는 유한한 수의 짧은 소리만 쓸 수 있으므로, 아주 복잡한 단순 규칙이나 소리의 특징으로 결과를 설명할 가능성을 수학적으로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고 논문 자체도 인정했다.
2009년 얼룩말핀치 연구가 이 문제를 더 직접 시험했다. A·B와 같은 종류의 새 소리로 바꿨을 때는 대부분 구별했지만, 소리 종류 자체를 C·D로 완전히 바꾸자 8마리 중 7마리가 곧바로 적용하지 못했다. 한 마리는 적용했지만, 추가 검사에서는 마지막 두 소리 같은 더 간단한 단서를 쓴 결과로 설명됐다. 이 연구는 2006년 찌르레기를 그대로 재현한 실험은 아니지만, AABB를 맞힌 사실만으로 문장 속 문장을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 준다.
여섯 이름은 동물의 등급표가 아니라 규칙의 차이를 설명하는 말이다
하위정규(Subregular) — 가까운 소리 몇 개만 보면 되는 규칙
- 분류에서의 위치
- 촘스키가 나눈 네 등급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정규언어보다 더 단순한 여러 부류를 묶어 부르는 후대의 용어다.
- 가장 단순한 예
- 예를 들어 ‘AB 뒤에는 반드시 C가 온다’는 규칙은 문자열을 왼쪽부터 세 칸씩 보면서 ABC인지 확인할 수 있다.
- 판정할 때 필요한 기억
- 지금 읽는 기호와 직전 두 기호만 기억하면 된다. 문자열이 길어져도 기억해야 할 양은 늘지 않는다.
- 사람 언어와의 관계
- 사람 말에서 어떤 소리가 어떤 소리 옆에 올 수 있는지 설명할 때 이런 모형이 쓰인다. 다만 사람의 모든 말소리 규칙이 한 종류의 하위정규 모형으로 설명된다는 뜻은 아니다.
- 동물 연구에서 말할 수 있는 것
- 체이서에게 이런 소리 배열 규칙을 시험한 적은 없다. 동물이 가까운 소리의 순서를 구별한 연구는 많지만, 그 결과만으로 종 전체를 ‘하위정규 등급’에 넣을 수는 없다.
정규(Regular) — 몇 가지 상태를 오가며 확인하는 규칙
- 분류에서의 위치
- 촘스키 분류의 정규언어에 해당한다.
- 가장 단순한 예
- (AB)ⁿ은 AB, ABAB, ABABAB처럼 A와 B가 번갈아 나오는 문자열이다. 여기서 n은 AB를 몇 번 반복했는지를 뜻한다.
- 판정할 때 필요한 기억
- ‘지금 A를 기다리는가, B를 기다리는가’만 기억하면 된다. 전체 길이나 지금까지 나온 A의 개수를 셀 필요가 없다. 이를 수학에서는 유한상태 기계로 표현한다.
- 사람 언어와의 관계
- 단어 안의 일부 형태 배열이나 단순한 소리 순서는 정규 모형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 문장 전체를 정규언어 하나로 설명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 동물 연구에서 말할 수 있는 것
- 2004년 실험에서 목화머리타마린은 익숙해진 규칙과 다른 순서가 나오면 스피커를 더 자주 바라봤다. 확인된 것은 짧은 소리에서 AB 교대가 깨진 것을 알아챘다는 사실이다.
문맥자유(Context-free) — 앞에서 나온 수만큼 뒤에서도 맞추는 규칙
- 분류에서의 위치
- 촘스키 분류의 문맥자유언어에 해당한다.
- 가장 단순한 예
- AⁿBⁿ은 AB, AABB, AAABBB처럼 A가 나온 수와 B가 나온 수가 같아야 한다. 단순히 A 다음에 B가 온다는 것만 봐서는 부족하다.
- 판정할 때 필요한 기억
- A가 나올 때마다 표 하나를 쌓고, B가 나올 때마다 하나씩 치운다고 생각하면 쉽다. 입력이 길수록 필요한 표도 늘어난다. ‘스택’은 이 판별 절차를 설명하는 수학적 장치이지, 동물 뇌에 실제로 그런 부품이 있다는 뜻이 아니다.
- 사람 언어와의 관계
- 괄호가 여러 겹 들어간 식이나 문장 안에 다른 문장이 들어가는 관계를 설명하는 데 쓸 수 있다. 하지만 AABB를 구별했다고 곧바로 사람 문장의 의미와 구조를 이해했다고 볼 수는 없다.
- 동물 연구에서 말할 수 있는 것
- 타마린은 짧게 듣기만 한 실험에서 AⁿBⁿ 변화에 반응하지 않았다. 찌르레기는 먹이 보상을 받으며 오래 훈련한 뒤 AABB와 ABAB를 구별했다. 서로 다른 훈련을 썼으므로 두 종의 능력을 직접 비교할 수 없다.
약문맥의존(Mildly context-sensitive) — 멀리 떨어진 여러 짝을 함께 맞추는 규칙
- 분류에서의 위치
- 촘스키의 네 등급이 아니다. 문맥자유언어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일부 사람 언어 현상을 다루려고 나중에 제안된 여러 문법 모형을 가리킨다. 경계가 하나로 고정된 단일 등급도 아니다.
- 가장 단순한 예
- 스위스 독일어의 일부 문장에서는 앞쪽의 여러 명사와 뒤쪽의 여러 동사가 같은 순서로 짝을 이룬다. 첫 번째 명사는 첫 번째 동사와, 두 번째 명사는 두 번째 동사와 연결되는 식이다.
- 판정할 때 필요한 기억
- 괄호처럼 안쪽 것부터 닫는 한 줄짜리 기억만으로는 이런 교차 짝을 자연스럽게 처리하기 어렵다. 여러 대응 관계를 순서대로 유지해야 한다.
- 사람 언어와의 관계
- 스위스 독일어 자료는 적어도 일부 자연언어 문장 집합이 문맥자유언어보다 복잡하다는 근거로 제시됐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 언어가 정확히 하나의 ‘약문맥의존 등급에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 동물 연구에서 말할 수 있는 것
- 타마린·찌르레기 실험과 체이서 연구는 이런 교차 관계를 시험하지 않았다.
문맥의존(Context-sensitive) — 여러 묶음의 수를 함께 맞출 수 있는 규칙
- 분류에서의 위치
- 촘스키 분류의 문맥의존언어에 해당한다.
- 가장 단순한 예
- AⁿBⁿCⁿ은 ABC, AABBCC, AAABBBCCC처럼 A·B·C의 개수가 모두 같아야 한다. A와 B만 맞출 때보다 확인할 관계가 하나 더 늘어난다.
- 판정할 때 필요한 기억
- 입력 길이에 비례하는 작업 공간이 있으면 판별할 수 있다. 이를 선형유계 기계라고 부르지만, 이것도 실제 뇌 모형이 아니라 계산 가능 범위를 정하는 수학적 모형이다.
- 사람 언어와의 관계
- AⁿBⁿCⁿ은 문맥자유보다 복잡한 예이지만, 이것만으로 약문맥의존과 문맥의존을 깔끔하게 가르는 시험이 되지는 않는다. 일부 약문맥의존 문법도 이런 문자열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 동물 연구에서 말할 수 있는 것
- 위의 대표적인 타마린·찌르레기 실험과 체이서 연구에서는 시험하지 않았다.
무제약(Unrestricted) — 일반 컴퓨터로 알아볼 수 있는 모든 규칙
- 분류에서의 위치
- 촘스키 분류에서 가장 넓은 범위다.
- 가장 단순한 예
- ABAB나 AABB처럼 대표 모양 하나로 정의되는 등급이 아니다. 일반적인 튜링 기계가 알아볼 수 있는 문자열 집합 전체를 뜻한다.
- 판정할 때 필요한 기억
- 필요한 작업 공간에 미리 정해진 상한이 없다. 어떤 입력이 규칙에 맞으면 언젠가 확인할 수 있지만, 맞지 않는 입력에서는 계산이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 사람 언어와의 관계
- 사람 언어가 이 범위 전체의 힘을 필요로 한다는 주장은 일반적인 자연언어 설명이 아니다.
- 동물 연구에서 말할 수 있는 것
- 동물의 언어 능력을 판정하는 실험 등급으로 쓰이지 않는다.
실험 결과를 읽을 때 확인할 것
- 처음 보는 순서와 더 긴 순서에서도 같은 규칙을 적용해야 단순 암기와 구별할 수 있다.
- 소리의 종류를 완전히 바꿔도 적용해야 특정 음질을 외운 것과 구별할 수 있다.
- 첫 두 소리, 마지막 두 소리, 반복 횟수만 이용해도 풀리는지 별도 검사해야 한다.
- 같은 정답률이라도 동물마다 사용한 단서가 다를 수 있다.
- 수동으로 잠깐 들은 실험과 수만 회 보상 훈련을 종 사이 능력 차이로 직접 비교하면 안 된다.
- 체이서는 세 요소로 된 지시 하나만 시험했다. 요소를 늘리거나 다른 동사를 사용해도 순서 규칙을 적용할 수 있는지는 연구하지 않았다.
따라서 체이서 연구가 확인한 것은 고정된 세 요소 지시에서 이름의 위치를 행동 역할과 연결했다는 사실까지다. 체이서는 위 인공문법 실험을 받은 적이 없으므로, 체이서나 개를 정규·문맥자유 같은 등급에 배치할 근거도 없다.
통사론을 이루는 것들 — 어순은 그중 하나다
문법은 단어의 순서만을 뜻하지 않는다. 언어에 따라 조사와 어미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어는 “개가 사람을 물었다”와 “사람을 개가 물었다”의 뜻이 같다. 순서를 바꿔도 ‘이·가’와 ‘을·를’이 누가 행동했고 누가 대상인지 알려 주기 때문이다.
아래에서는 문장을 이해할 때 필요한 일을 쉬운 예로 나눠 설명한다.
누가 무엇을 했는지 구별하기개 — 한 마리에서 확인
문장에서는 같은 단어라도 누가 행동했고 무엇이 대상인지 구별해야 한다.
예 ‘개가 사람을 물었다’와 ‘사람이 개를 물었다’는 단어는 같지만 뜻은 반대다.
개에서 체이서는 네 단어로 말한 세 요소 지시에서 이름이 놓인 위치에 따라 목적지와 가져올 물건을 구별했다.
말의 순서 이용하기개 — 세 요소 틀에서만 확인
영어처럼 단어의 순서가 뜻을 크게 바꾸는 언어가 있다. 한국어는 조사도 함께 이용한다.
예 체이서 실험에서는 ‘장소-행동-물건’ 순서로 지시했다.
개에서 목적지·행동·가져올 물건으로 이루어진 고정된 지시 하나만 시험했다. 요소를 더 늘려도 같은 규칙을 쓸 수 있는지는 모른다.
조사와 어미 이해하기개 — 시험하지 않음
한국어의 ‘이·가’, ‘을·를’처럼 단어에 붙는 짧은 말이 역할이나 시제를 알려 주기도 한다.
예 ‘개가 사람을 물었다’와 ‘사람을 개가 물었다’는 순서가 달라도 뜻이 같다.
개에서 개가 조사나 어미의 차이를 규칙적으로 이해하는지는 체이서 연구에서 시험하지 않았다.
여러 단어를 한 묶음으로 이해하기개 — 시험하지 않음
문장에서는 가까이 있는 단어 몇 개가 하나의 뜻 덩어리를 이루기도 한다.
예 ‘그 큰 개가 짖었다’에서 ‘그 큰 개’는 한 대상을 가리킨다.
개에서 체이서 실험은 여러 단어를 이런 묶음으로 이해하는지 알아보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길거나 겹친 문장 이해하기개 — 시험하지 않음
문장이 길어지면 멀리 떨어진 단어의 관계를 기억하거나 문장 안의 작은 문장을 함께 이해해야 한다.
예 ‘나는 개가 짖는 것을 들었다’에는 ‘개가 짖는다’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개에서 체이서에게는 요소를 더 늘린 지시나 문장 안에 문장이 들어간 구조를 시험하지 않았다.
체이서의 어순 실험이 확인한 범위는 좁다. 같은 단어들을 사용한 세 요소 지시에서 위치에 따라 목적지와 가져올 물건을 구별했다. 조사와 어미, 긴 문장, 문장 안에 다른 문장이 들어간 구조는 시험하지 않았다.
체이서가 일반적인 순서 규칙을 배운 것인지, 세 위치의 쓰임을 각각 외운 것인지도 구별되지 않았다. 네 단어·다섯 단어로 늘린 시험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 세 요소 고정 과제에서 위치 정보를 썼다는 데까지다.
사람의 신호와 상황을 읽는 능력
개는 사람의 시선과 가리키기를 이용하는 여러 과제에서 높은 성적을 보인다. 일부 비교 실험에서는 침팬지나 사람에게 길러진 늑대보다 높은 성적을 냈지만, 결과는 과제와 성장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가축화와 개체의 학습 경험이 각각 얼마나 기여했는지도 분리해서 봐야 한다.
사람의 신호를 이해하는 능력에 비해, 개가 먼저 정보를 알려 주거나 복잡한 내용을 자발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에 관한 근거는 적다. 아래 항목은 지금까지 무엇이 관찰됐고 무엇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는지를 구분한다.
사람이 보는 곳 따라보기개 — 일부 확인
상대가 보고 있는 방향을 따라 같은 대상을 본다.
예 사람이 어딘가를 보면 아기도 그쪽을 본다
개에서 개도 사람의 시선을 따라가거나 사람과 대상을 번갈아 본다. 사람 아기와 같은 의도로 하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가리키기 이해개 — 여러 연구
손짓이 그 손이 아니라 그 끝의 대상을 뜻한다는 것을 안다
예 컵 두 개 중 하나를 가리키면 그쪽을 고른다
개에서 일부 가리키기 과제에서 개가 침팬지나 사람에게 길러진 늑대보다 높은 성적을 보였다. 결과는 과제와 성장 환경에 따라 달라지며, 가축화와 생활 중 학습이 각각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계속 연구 중이다
말하는 사람의 위치 이해하기개 — 연구가 적음
같은 말도 누가 어디서 말하느냐에 따라 가리키는 곳이 달라질 수 있다.
예 이리 와의 목적지는 부르는 사람이 서 있는 자리다. 사람이 바뀌면 목적지도 바뀐다
개에서 개는 ‘이리 와’처럼 말하는 사람의 위치가 목표가 되는 지시를 수행할 수 있다. 이 능력을 따로 떼어 검사한 연구는 적다.
요청하기개 — 강함
혼자 해결하는 대신 상대에게 해 달라고 신호한다
예 원하는 것과 사람 얼굴을 번갈아 본다
개에서 풀 수 없는 문제를 제시한 일부 실험에서 개는 사람을 더 자주 바라봤고 늑대는 문제를 계속 조작하는 경향을 보였다. 도움을 요청한 것인지, 사람을 보는 습관의 차이인지는 과제만으로 완전히 구분되지 않는다
상대가 보고 있는지 확인하기개 — 여러 연구
상대가 보고 있는지 아닌지에 따라 신호를 바꾼다
예 사람이 등을 돌리고 있으면 신호를 덜 보낸다
개에서 사람이 보고 있는지에 따라 접근이나 신호 행동이 달라진다는 연구가 있다. 과제와 훈련 이력의 영향도 받는다
차례 주고받기개 — 근거 제한
상대의 차례를 기다렸다가 응답한다
예 묻고 답하는 리듬
개에서 사람이 말하거나 버튼을 누른 뒤 개가 관련 행동을 보인 연구가 있다. 대화처럼 차례 규칙을 이해했는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고쳐 말하기개 — 부분 확인
안 통했을 때 방법을 바꿔 다시 시도한다
예 가리켜도 못 알아들으면 다른 신호를 쓴다
개에서 원하는 대상에 접근할 수 없을 때 사람과 대상을 번갈아 보거나 발성 등 다른 행동을 추가한다는 관찰이 있다
보상 없이 정보 알려 주기개 — 근거 제한
요구가 아니라 정보를 나누려고 가리킨다. 얻을 것이 없는데도 알려 준다
예 아기가 창밖 비행기를 가리키며 어른을 본다. 달라는 게 아니라 같이 보자는 것이다
개에서 사람 아기의 가리키기처럼 정보를 함께 나누려는 자발적 신호가 있는지는 근거가 적다. 개의 자연스러운 신호를 무언가를 달라는 행동과 정보를 알려 주는 행동으로 정확히 나누기도 어렵다
말하지 않은 뜻 알아듣기개 — 시험하지 않음
상황을 보고 말에 직접 나오지 않은 뜻까지 이해한다.
예 ‘물 있어?’가 상황에 따라 ‘물 좀 줘’라는 부탁이 될 수 있다.
개에서 개가 사람의 말에서 이런 숨은 뜻까지 추론하는지는 제대로 시험되지 않았다.
자발적으로 정보를 나누는 신호는 아직 근거가 제한적이다. 개가 사람에게 보내는 신호 연구는 음식·놀이·도움 요청 상황에 집중돼 있다. 사람 영아의 “같이 보자”는 가리키기처럼, 당장 얻을 보상 없이 정보를 공유하려는 행동이 개에게 얼마나 나타나는지는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사운드보드 기록에서도 요구와 관련된 버튼이 많이 관찰된다. 다만 버튼 조합이 우연히 나온 것과는 다른 패턴을 보였다는 결과만으로 각 누름의 의도나 문법을 확정할 수는 없다. 요구가 아닌 정보 전달을 구분하려면 다른 단서를 막은 실험이 더 필요하다.
체이서가 실제로 배운 순서
아래 순서는 논문과 영상에 나온 체이서의 훈련을 목표별로 정리한 것이다. 모든 개가 반드시 이 순서로 배워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먼저 물어오기를 가르쳤기 때문에, 나중에는 체이서가 이름을 알아들었는지 물건 선택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름과 행동 신호도 따로 가르친 뒤 처음 보는 조합에서 시험했다.
0 기초 행동 익히기
- 무엇을 한다
- 앉기, 기다리기, 물어오기, 정해진 곳에 놓기를 가르친다. 이때는 아직 물건 이름을 가르치지 않는다.
- 이 순서로 둔 이유
- 개가 아는 것과 개가 보여 줄 수 있는 것은 다르다. 물어오는 동작이 없으면 이름을 알아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
- 확인 방법
- 물건을 물어와 정해진 자리에 놓는 것이 안정될 때
- 주의할 점
- 물어오기가 안 되는데 이름부터 가르치기. 개가 맞혀도 우리가 알 수 없다.
1 물건 하나에 이름 붙이기
- 무엇을 한다
- 물건 하나만 바닥에 두고 이름을 말한다. 한 번 연습할 때 이름을 20~40번 말했고, 가져오면 3~5분 함께 놀았다.
- 이 순서로 둔 이유
- 필리는 생후 5개월 무렵 체이서가 물건마다 다른 이름이 붙는다는 과제 규칙을 익혔다고 해석했다. 이 해석 자체를 별도 실험으로 검증한 것은 아니다.
- 확인 방법
- 새 물건 하나를 배우는 데 드는 반복이 눈에 띄게 줄어들 때
- 주의할 점
- 처음부터 여러 물건을 늘어놓지 않는다. 처음에는 선택지를 하나만 둔다.
2 여러 물건 중 이름에 맞는 것 고르기
- 무엇을 한다
- 아는 물건 여러 개 사이에서 이름으로 하나를 고르게 한다. 최근에 배운 것을 한 묶음으로 만들어 2~4주간 매일 돌린다.
- 이 순서로 둔 이유
- 선택지가 하나뿐이면 이름을 알아들은 것인지 그냥 아무 물건이나 가져온 것인지 구별할 수 없다. 여러 물건 중에서 골라야 이름과 물건의 연결을 확인할 수 있다.
- 확인 방법
- 여덟 개 중에서 여덟 번 연속으로 틀리지 않을 때
- 주의할 점
- 한 번 맞힌 것을 안다고 세기. 어휘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기만 한다.
3 행동 신호를 따로 가르치기
- 무엇을 한다
- 같은 물건에 다른 행동을 시킨다. 물어와 · 발로 건드려 · 코로 밀어. 물건을 계속 바꿔 가며 한다.
- 이 순서로 둔 이유
- 행동 신호를 한 물건에만 붙여 가르치면 물건과 행동을 한꺼번에 외웠을 수 있다. 여러 물건에 같은 행동 신호를 써야 둘을 따로 배웠는지 확인할 수 있다.
- 확인 방법
- 처음 보는 물건에도 그 동사가 통할 때
- 주의할 점
- 늘 같은 물건으로만 연습하기.
4 이름과 행동 신호 조합하기
- 무엇을 한다
- 아는 동사와 아는 이름을 섞어 낸다. 조합 자체는 연습시키지 않는다.
- 이 순서로 둔 이유
- 같은 조합을 미리 연습시키면 문장 전체를 하나의 명령으로 외웠을 수 있다. 이름과 행동 신호를 따로 배웠는지는 처음 듣는 조합으로 확인해야 한다. 체이서는 이런 조합 14개를 첫 시도에 모두 맞혔다.
- 확인 방법
- 훈련한 적 없는 조합을 첫 시행에 해낼 때
- 주의할 점
- 자주 쓰는 조합만 반복하기.
5 범주 이름 가르치기
- 무엇을 한다
- 이미 고유 이름을 아는 물건들에 공, 원반, 장난감 같은 범주 이름을 추가한다.
- 이 순서로 둔 이유
- 체이서 연구에서는 개별 물건 이름을 먼저 가르친 뒤 범주 이름을 추가했다. 범주 이름부터 가르치면 실패한다는 비교 실험은 하지 않았다.
- 확인 방법
- 훈련에 쓰지 않은 새 사례를 그 묶음으로 골라낼 때
- 주의할 점
- 훈련한 공으로만 시험하기. 그건 그 공들의 이름을 외운 것일 수도 있다.
6 사람과 장소 이름 가르치기
- 무엇을 한다
- 사람 · 다른 동물 · 방 · 바깥 지형. 물어오는 게 아니라 그쪽으로 가게 한다.
- 이 순서로 둔 이유
- 물건 이름뿐 아니라 사람·장소의 이름도 가르치면, 이후 목적지와 가져올 물건을 함께 포함한 지시를 시험할 수 있다.
- 확인 방법
-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대상도 이름으로 찾아갈 때
- 주의할 점
- 늘 눈에 보이는 곳에서만 연습하기.
7 처음 듣는 이름으로 새 물건 고르기
- 무엇을 한다
- 아는 물건 여럿 사이에 처음 보는 물건 하나를 놓는다. 아는 것 두 개를 먼저 가져오게 한 뒤 처음 듣는 이름을 부른다.
- 이 순서로 둔 이유
- 여러 익숙한 물건 사이에 새 물건 하나를 놓아야, 익숙한 이름들을 제외하고 남은 물건을 고르는지 시험할 수 있다.
- 확인 방법
- 그 이름을 직접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새 물건을 고를 때
- 주의할 점
- 그날 안에 그 물건으로 다시 놀아 주지 않기. 체이서도 24시간 뒤에는 여덟 개 중 한 개만 기억했다.
8 순서만 바꿔 뜻 구별하기
- 무엇을 한다
- 목적지 · 동사 · 가져올 물건 세 요소. 단어를 그대로 두고 순서만 뒤집어 시험한다.
- 이 순서로 둔 이유
- 이름과 행동을 따로 구별하고 결합할 수 있어야, 같은 요소의 순서만 바꾼 검사를 설계할 수 있다.
- 확인 방법
- 어휘를 그대로 두고 순서만 반대로 낸 문장에서 정답률이 유지될 때
- 주의할 점
- 체이서에게 맞지 않았던 영어식 어순을 그대로 고집하기. 체이서는 이 과제에서 마지막 이름을 먼저 집는 경향을 보였다.
체이서의 기록. 생후 첫 넉 달에는 기본 행동과 사람에게 집중하는 연습을 했고, 생후 5개월 무렵부터 물건 이름을 가르쳤다. 이후 3년에 걸쳐 1,022개 이름을 훈련했다. 위 구분은 읽기 쉽게 정리한 것이며, 연구진이 제시한 표준 단계가 아니다.
모든 과제를 할 필요는 없다. 몇 개의 물건 이름만 안정적으로 구별하는 것도 별도의 학습 성과다. 2024년 뇌파 연구는 최소 세 개의 물건 이름을 안다고 보호자가 보고한 개들 가운데 분석에 포함된 18마리에서, 이름과 물건이 일치할 때와 다를 때 평균 뇌파 반응이 달랐다고 보고했다. 각 개가 세 단어를 모두 안다는 것을 개별 검증한 결과는 아니다.
주장에 따라 필요한 검사가 달라진다
- 이름을 구별한다는 주장 — 여러 개 사이에서 고르게 한다. 하나만 놓고 가져오게 하면 아무것도 증명되지 않는다. 필리의 기준은 여덟 개 중에서 여덟 번 연속이었다.
- 범주를 안다는 주장 — 훈련에 쓰지 않은 새 사례로 시험한다. 훈련한 공으로만 시험하면 그냥 그 공들의 이름을 외운 것일 수 있다.
- 요소를 조합한다는 주장 — 훈련한 적 없는 조합을 낸다. 조합을 훈련해 두면 그 조합 자체가 하나의 신호가 되어 버린다.
- 어순을 구별한다는 주장 — 단어를 그대로 두고 순서만 뒤집는다. 단어가 바뀌면 순서를 안 봐도 풀린다.
- 모든 선택 과제 — 지시하는 사람이 물건을 볼 수 없어야 한다. 사람이 답을 알고 있으면 개는 사람을 읽는다.
10. 사람 언어가 아니라 개의 신호 구조에서 시작한다면
대규모 언어 모델이 사람다운 문장을 만든다는 사실은 사람이 남긴 말과 글에 반복되는 통계적 구조가 있고, 기계가 그 구조의 상당 부분을 학습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것이 사람의 문법 규칙이 모두 선천적으로 들어 있다는 증거는 아니다. 모델은 사람이 이미 단어로 나누고 의미 있는 상황에서 생산한 막대한 자료를 학습한다.
개를 연구할 때 사람 단어를 출발점으로 삼으면, 사람이 중요하다고 정한 구분을 개에게 그대로 씌울 수 있다. 개들 사이에 사람처럼 서로 구분되는 단어와 새 문장을 끝없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문법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 그래서 현재 근거에 맞는 표현은 “개의 언어”보다 개의 의사소통 체계다. 그 체계는 소리뿐 아니라 몸의 방향, 움직임의 순서, 상대와의 거리, 냄새와 직전 상황을 함께 포함한다.
이 방향의 핵심 질문은 “이 소리를 사람 말로 번역하면 무엇인가?”가 아니다.
“이 개가 이런 소리와 자세를 보인 다음, 상대 개의 행동이 실제로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먼저 묻는다. 신호를 받은 개가 다가왔는지, 멀어졌는지, 놀이를 계속했는지, 몸이 굳었는지를 보면 사람의 추측이 아니라 수신자의 반응으로 신호의 기능을 검증할 수 있다.
개의 신호에는 실제로 어떤 구조가 확인됐나
짖음 — 상황과 개체에 따라 음향이 달라진다
2004년 연구는 여섯 견종의 성견 10마리에게 초인종을 누른 낯선 사람, 보호자와의 분리, 놀이 상황을 만들고 짖음 4,672개를 녹음했다. 짖음의 높이, 길이, 거친 정도, 음량 변화를 분석하자 상황별 차이와 개체별 차이가 나타났다. 낯선 사람 상황에서는 비교적 낮고 거칠며 빠르게 반복되는 짖음이 많았고, 분리와 놀이에서는 더 높고 음의 변화가 큰 짖음이 많았다.
이것은 짖음에 측정 가능한 구조가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연구자가 상황을 알고 녹음한 소리를 분류한 것이므로, 개가 그 짖음을 “낯선 사람이 왔다”라는 문장처럼 사용했다는 증거는 아니다.
다른 개의 짖음 — 수신견도 상황 차이를 알아챈다
2008년 연구는 개 14마리에게 다른 개가 낯선 사람을 보고 짖은 녹음을 25초씩 세 번 들려준 뒤, 혼자 남겨졌을 때의 짖음을 한 번 들려줬다. 같은 종류의 짖음이 반복될 때 낮아지던 심박 반응이 마지막의 다른 짖음에서 다시 변했다. 전동 드릴과 냉장고 소리로 같은 순서를 들려준 대조 조건에서는 이런 차이가 나오지 않았다.
사람만 녹음 상황을 구분한 것이 아니라 개도 두 짖음의 차이를 감지했다는 근거다. 다만 심박 변화만으로 수신견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예상했는지는 알 수 없다.
으르렁거림 — 소리에 몸집 정보가 들어 있다
2010년 연구는 으르렁거림의 공명 주파수 간격만 바꿔 실제보다 30% 작은 개 또는 30% 큰 개가 낸 것처럼 들리게 했다. 성견 26마리에게 이 소리를 들려주자 큰 개들은 자기보다 작은 침입자로 들리는 소리에 더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별도의 화면 선택 연구에서도 개들은 으르렁거림에서 추정되는 몸집과 맞는 개의 사진을 더 오래 봤다.
한 소리가 단순한 감정 표시를 넘어 발신자의 신체 정보도 전달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그렇다고 으르렁거림 하나의 뜻이 언제나 같다는 뜻은 아니다. 놀이와 자원 지키기처럼 상황이 달라지면 같은 종류의 소리도 기능이 달라질 수 있다.
몸짓의 순서 — 상대가 보고 있을 때 신호를 보낸다
2009년 연구는 두 마리씩 자유롭게 노는 장면을 촬영해 양쪽 개의 행동 순서와 머리 방향을 기록했다. 놀이 신호는 상대가 정면을 보고 있을 때 거의 대부분 나왔다. 상대가 등을 돌리거나 딴곳을 볼 때는 먼저 몸을 건드리거나 시야 안으로 움직이는 행동이 늘었고, 그다음에 놀이 신호가 이어졌다.
여기서 구조는 몸짓 하나의 사전적 뜻이 아니라 상대의 주의 확인 → 주의를 끄는 행동 → 놀이 제안 → 상대의 반응이라는 시간 순서에 있다. 몸짓을 사진 한 장씩 분류하면 이 구조를 놓친다.
꼬리와 얼굴 — 한 부위가 아니라 몸 전체를 봐야 한다
2013년 연구에서는 다른 개가 꼬리를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치우쳐 흔드는 영상을 보여 주고 수신견의 심박과 행동을 측정했다. 왼쪽으로 치우친 움직임을 볼 때 심박과 불안 관련 행동이 더 높았다. 연구에서는 얼굴 근육, 귀와 머리 움직임을 같은 기준으로 기록하는 DogFACS 같은 방법도 사용한다.
꼬리를 흔들면 행복하다는 식의 한 동작 번역표로 만들면 안 된다. 꼬리의 높이와 방향, 몸의 긴장, 귀·입·눈, 이동 방향과 상대와의 거리를 같은 시간대에 함께 기록해야 한다.
냄새 — 카메라와 마이크에 잡히지 않는 통신
개는 직접 서로의 몸 냄새를 맡고, 소변이나 발바닥 분비물이 남은 자리를 나중에 조사한다. 냄새 표지는 발신견이 떠난 뒤에도 남기 때문에 같은 장소에 동시에 있지 않아도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성별·개체·번식 상태와 관련된 단서가 연구됐지만, 모든 냄새 표지의 뜻이 해독된 것은 아니다.
영상과 음성만 학습한 모델은 개가 중요하게 쓰는 이 통로를 통째로 놓친다. 완전한 화학 센서가 없더라도 어느 냄새 자리를 얼마나 오래 맡고 덧표시했는지는 행동 자료로 기록할 수 있다.
짖음 분류 AI는 이미 있었지만 번역기는 아니다
2008년 연구는 무디 14마리에게서 여섯 상황의 짖음 6,000개 이상을 모아 음향 특징으로 분류했다. 프로그램은 녹음 상황을 43%, 어느 개가 짖었는지를 52% 맞혔다. 우연보다 높은 결과였지만, 이 프로그램이 개의 생각이나 문장을 번역한 것은 아니다. 사람이 미리 붙인 “낯선 사람”, “혼자 있음”, “공” 같은 녹음 상황을 소리로 분류한 것이다.
녹음 환경, 개체의 목소리, 보호자의 행동이 상황과 함께 달라지면 모델이 엉뚱한 단서를 배울 수도 있다. 따라서 같은 개의 다른 짖음을 맞히는 검사와, 훈련에서 완전히 제외한 새로운 개·견종·장소에서 맞히는 검사를 구분해야 한다. 높은 분류 정확도만으로 “개의 말을 해독했다”고 부르면 안 된다.
개에게 맞춘 모델은 무엇을 학습해야 하나
| 단계 | 수집·학습할 것 | 사람 언어를 그대로 씌우지 않는 방법 |
|---|---|---|
| 1. 동시에 기록 | 여러 방향의 영상과 음성, 두 마리의 위치와 시선, 거리, 주변 사건, 개체 정보와 직전 행동 | 짖음 파일만 떼지 않고 신호가 나온 전후 장면을 함께 보존한다. |
| 2. 단위를 찾기 | 반복되는 소리, 자세, 이동과 그 조합이 어디서 시작하고 끝나는지 | 처음부터 사람의 “단어” 경계를 넣지 않고 자료에서 반복 단위를 찾는다. |
| 3. 결과에 연결 | 수신견이 몇 초 안에 접근·회피·정지·놀이·응시 중 무엇을 했는지 | 사람이 붙인 감정 이름보다 실제 수신자의 다음 행동을 먼저 예측한다. |
| 4. 새 개로 검사 | 학습에서 제외한 개체, 견종, 연령, 관계와 새로운 장소 | 특정 개나 촬영 장소를 외운 결과와 종에 걸친 공통 구조를 구분한다. |
| 5. 재생 실험 | 음높이·간격·몸 방향처럼 한 요소만 안전하게 바꾼 소리나 영상에 대한 반응 | 관찰된 상관관계가 실제로 수신견의 행동을 바꾸는 단서인지 확인한다. |
나쁜 결과 표시는 “이 짖음은 ‘저리 가’라는 뜻”이다. 현재 증거보다 너무 많은 의미를 붙인다.
더 나은 결과 표시는 “낮고 빠른 짖음, 앞쪽으로 체중을 싣고 굳힌 자세, 가까워지는 움직임이 함께 나왔을 때 상대 개가 2초 안에 거리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처럼 관찰한 신호·상황·반응과 불확실성을 함께 보여 주는 것이다.
이런 모델은 사람 언어를 개에게 번역하는 LLM이라기보다 개의 여러 감각에서 들어오는 신호와 상호작용의 시간 흐름을 함께 학습하는 행동 예측 모델에 가깝다. 충분한 자료에서 반복되는 신호 묶음과 순서를 먼저 찾고, 그 신호가 다른 개의 행동을 일관되게 바꾸는지 검증한 뒤에야 제한적인 뜻을 붙일 수 있다. 이 순서라면 사람 중심의 단어 체계에서 출발하는 오류를 줄일 수 있다.
11. 집에서 적용하는 절차
아래는 필리의 절차를 가정용으로 줄인 것이다. 20~40회 반복, 여덟 번 연속 정답 같은 숫자는 체이서 연구의 방법이지 모든 개에게 검증된 최적 처방은 아니다. 개가 흥미를 잃기 전에 짧게 끝내고, 놀이·간식 등 실제로 원하는 보상을 쓴다.
1. 물건에 이름을 써 둔다
가족 여러 명이 가르치면 같은 물건을 다르게 부르기 쉽다. 이름을 적어 두면 표현을 통일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필리가 1,022개 물건에 이름을 적은 이유도 훈련자 사이의 일관성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2. 처음에는 그 물건만 바닥에 둔다
체이서 훈련에서는 처음에 다른 선택지를 치워 이름과 물건의 관계를 제시했다. 이후 이름으로 해당 물건을 고르는지 시험할 때 선택지를 늘렸다.
3. 논문에서는 이름을 20~40번 반복했다
체이서에게는 가져오게 한 뒤 3~5분 함께 놀면서 이름을 반복했다. 이것은 연구에 적힌 절차이지 모든 개에게 필요한 횟수는 아니다. 집중이 흐트러지기 전 짧게 끝내는 편이 낫다.
4. 놀이도 보상으로 써 본다
체이서는 간식보다 놀이에 더 집중했고 같은 놀이를 반복해도 흥미가 오래 갔다. 하지만 양몰이를 좋아하는 보더콜리 한 마리에서 나온 관찰이다. 간식과 놀이 중 무엇을 더 좋아하는지는 개마다 직접 확인해야 한다.
5. 하루에 한두 개만 새로 가르친다
1,022개는 3년에 걸쳐 하루 한두 개씩 추가한 누적 결과다. 새 이름을 가르치는 시간 외에는 이미 배운 이름을 반복해서 복습했다.
6. 새 단어보다 복습에 시간을 더 쓴다
최근에 배운 물건들을 한 묶음으로 만들어 2~4주간 매일 복습하고, 학습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물건은 묶음에서 빼지 않았다.
7. 안다고 인정할 기준을 미리 정한다
필리의 기준은 여덟 개 물건 중에서 여덟 번 연속으로 맞히는 것이었다. 한 번 맞힌 것을 '안다'로 세면 어휘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기만 하고 실제로는 늘지 않는다.
8. 처음 들은 이름은 그날 다시 가르친다
체이서는 아는 이름을 제외해 새 물건을 여덟 번 모두 골랐지만, 24시간 뒤에는 여덟 번 중 한 번만 맞혔다. 한 번 고르는 것과 이름을 오래 기억하는 것은 다르다. 원래 훈련에서는 고른 날 그 물건으로 다시 놀며 이름을 반복했다.
2024년 뇌파 연구는 적어도 몇 개의 장난감 이름을 안다고 보호자가 보고한 여러 가정견에서 의미 불일치 반응을 확인했다. 체이서만의 현상은 아닐 가능성을 높였지만, 모든 개가 같은 방식으로 배우거나 같은 어휘량에 도달한다는 뜻은 아니다.
반면 수백 개의 이름을 배우는 능력은 흔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2026년 연구의 비교 집단 보더콜리 10마리는 같은 조건에서 새 이름을 배우지 못했다. 많은 이름을 배우려면 품종만이 아니라 개마다 다른 타고난 특성과 오랜 경험이 함께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
지시를 수행하지 않았다고 곧바로 단어를 모른다고 결론 내리지 말아야 한다. 반대로 한 번 맞혔다고 곧바로 안다고 세어서도 안 된다. 선택지 위치를 바꾸고, 보호자의 몸짓을 가리고, 다른 날 다시 맞히는지 확인해야 한다.
13. 뇌의 차이 — 크기만 비교하면 부족하다
체이서가 1,022개에서 멈춘 것은 더 배울 수 없어서가 아니라 연구자가 하루 한두 단어씩 가르친 일정의 끝이었다. 종 사이의 능력 차이도 뇌 전체의 크기나 특정 부위의 비율 하나로 설명할 수 없다. 세포의 종류와 뇌 부위가 연결되는 방식, 발달 기간, 감각과 움직임이 모두 다르며, 개의 뇌는 사람 뇌를 단순히 축소한 형태가 아니다.
전체 크기만으로 능력을 예측할 수 없다
| 항목 | 개 | 침팬지 | 사람 |
|---|---|---|---|
| 뇌 무게 | 60~135 g | 330~400 g | 1,300~1,400 g |
| 대뇌피질의 신경세포 수 | 4.3억(비글)~6.3억(골든리트리버) | 60~80억 (추정) | 163억 |
| 처음 듣는 소리 따라 하기 | 사람처럼 폭넓게 따라 하는 능력은 확인되지 않음 | 사람처럼 폭넓게 따라 하는 능력은 확인되지 않음 | 있음 |
| 초기 사회화·발달 | 어릴 때 특히 배우기 쉬운 시기가 있지만 이후에도 학습한다 | 긴 유년기와 사회 학습 | 발달 기간이 길고, 능력마다 특히 배우기 쉬운 시기가 다르다 |
표의 추정치는 종과 견종, 측정법에 따라 달라진다. 더 중요한 점은 신경세포 수 하나로 문법이나 소리 모방 능력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경세포가 더 적은 새도 처음 듣는 소리를 복잡하게 따라 할 수 있으므로 뇌 부위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개 뇌는 축소된 영장류 뇌가 아니다
개와 영장류의 마지막 공통조상은 약 1억 년 전 살았다. 두 계통은 대뇌피질, 기저핵, 해마, 소뇌 같은 포유류의 기본 뇌 구조를 공유한다. 그러나 지금 살아 있는 동물끼리 비교하는 것만으로 당시 조상의 정확한 뇌 모양까지 알 수는 없다.
여러 감각 정보를 함께 처리하는 대뇌피질 부분은 두 계통에서 서로 다르게 발달했다. 뇌 부위를 나누는 방법도 다르다. 영장류는 주로 세포의 모양과 배열을 기준으로 나누고, 개는 뇌 표면의 주름을 기준으로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뇌 표면의 위치만 보고 같은 부위라고 판단할 수도 없다. 시각 정보를 처음 처리하는 영역도 사람과 개에서 놓인 위치가 다르다.
| 항목 | 영장류 | 개 |
|---|---|---|
| 공통조상 | 개와 영장류의 공통조상은 약 1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계통은 포유류의 기본 뇌 구조를 공유한다 | 감각과 움직임을 처음 처리하는 부위에는 비교할 만한 곳이 있다. 여러 감각 정보를 함께 처리하는 부위의 크기와 연결은 두 계통에서 크게 달라졌다 |
| 피질을 나누는 단위 | 영장류는 세포의 모양과 배열에 따라 번호를 붙여 구분한다 | 개는 주로 뇌 표면의 주름 이름으로 구분한다 |
| 앞쪽과 뒤쪽의 비율 | 사람은 뇌의 앞쪽과 위쪽 부분이 상대적으로 크다 | 개는 뒤쪽과 옆쪽 부분의 비율이 사람보다 크다 |
| 이마 앞쪽(전전두) | 사람에서 유독 크게 부풀었다 | 피질의 10%가 안 된다 |
| 1차 시각영역 | 시각 정보를 처음 처리하는 곳이 뒤통수 안쪽에 있다 | 같은 기능을 하는 곳이 뇌의 위쪽 뒤편에 있다 |
| 1차 청각영역 | 소리를 처음 처리하는 곳이 뇌 옆쪽에 있다 | 개에서도 소리를 처음 처리하는 영역이 확인돼 있다 |
| 측두엽 | 소리와 사물 인식에 관여하는 여러 영역으로 나뉜다 | 사람과 배열이 다르며, 같은 위치가 같은 기능을 뜻하지 않는다 |
| 후각 | 사람은 시각에 비해 냄새 처리 영역의 비율이 작지만 후각 기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 냄새를 처음 처리하는 부위에서 뇌의 여러 곳으로 이어지는 신경 다발이 발달해 있다 |
개의 냄새 처리 부위에서 시각 처리 부위 쪽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이는 신경 다발도 보고됐다. 다만 MRI로 연결처럼 보이는 구조를 찾았다고 해서 그곳으로 어떤 정보가 흐르는지까지 확인된 것은 아니다. 이 결과만으로 훈련 방법을 정할 수도 없다.
개과 동물 26종의 뇌 주름을 비교한 연구에서는 큰 무리로 사는 종일수록 이마 앞쪽 주름이 더 발달한 경향이 나타났다. 두 특징이 함께 나타났다고 해서 무리 생활이 그 부위를 키운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 부위가 영장류의 이마 앞쪽 뇌와 같은 일을 한다고 볼 수도 없다.
개에서 확인된 변화
- 가축화되면서 늑대보다 뇌 부피가 20~30% 줄었다. 가축화된 동물 대부분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 견종에 따라 뇌의 생김새가 실제로 다르다. 하버드 연구진이 자기공명영상으로 재보니 뇌 부위가 연결되는 여섯 가지 모습에서 견종 간 차이를 확인했고, 일부 차이는 사냥·양몰이·경비처럼 견종별로 선택된 행동과 연관돼 있었다.
- 개의 뇌 옆쪽 일부가 사람 목소리와 개의 소리에 다른 자연음보다 강하게 반응한다는 뇌영상 결과가 있다. 사람에게도 목소리에 민감한 영역이 있지만, 두 종에서 같은 부위가 같은 방식으로 소리를 처리한다는 뜻은 아니다.
- 개가 비슷한 단어를 구별하는 성적은 과제와 훈련에 따라 달랐다. 일부 연구에서는 자음 하나만 다른 단어를 자발적으로 구별하는 능력이 제한적이었지만, 이를 모든 개의 청각 한계라고 말할 수는 없다. 훈련할 때는 처음부터 발음이 뚜렷이 다른 이름을 쓰면 혼동을 줄일 수 있다.
14. 유인원에게 언어를 가르친 결과
유인원 연구는 동물이 기호와 문장형 지시를 어디까지 배울 수 있는지를 다른 방식으로 시험해 왔다. 개 연구와는 훈련 방식, 반응 수단, 검사 과제가 달라 최고 기록만 직접 비교해서 종의 순위를 매길 수 없다.
워쇼 (침팬지)
1960년대 후반부터 수화를 배웠다
된 것 — 손기호 약 350개를 익혔고 새끼에게 일부를 전달했다
남는 문제 — 기호 습득은 분명하지만 문장 구조의 증거는 없다
님 침스키 (침팬지)
워쇼의 결과를 검증하려고 설계된 연구다
된 것 — 기호를 배우긴 했다
남는 문제 — 영상을 다시 분석했더니 여러 기호를 이은 발화의 상당수가 교사의 직전 표현을 모방하거나 교사의 유도 뒤에 나왔다. 발화가 길어져도 새로운 정보가 비례해 늘지 않아, 자발적인 문장 생성의 증거로 보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았다
칸지 (보노보)
그림기호판으로 소통했고, 어미의 훈련을 옆에서 보며 스스로 익혔다
된 것 — 영어 문장 660개의 지시를 시험했고 그중 416개는 실험자가 일방투시경 뒤에 있는 조건이었다. 두 살 아동과 직접 비교했다
남는 문제 — 단어 순서를 바꾸면 뜻도 반대가 되는 문장 20쌍을 2022년에 다시 분석했다. 칸지는 14쌍에서 두 문장을 모두 맞혔고, 백만 번의 컴퓨터 계산에서 우연히 나온 결과일 확률은 p<0.00001이었다. 다만 과거 기록이 정확하다는 전제에 기대고, 사람이 무심코 준 단서를 완전히 막지 못했으며, 보노보 한 마리의 결과라는 한계가 있다
침팬지에서도 소리와 몸짓의 종류에 따라 좌뇌와 우뇌의 반응이 다르다. 사람의 언어 영역과 위치와 모양이 비슷한 부위도 있다. 하지만 그 부위들이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연결돼 같은 일을 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개와 유인원의 최고 기록을 단순히 한 줄로 세우기는 어렵다. 체이서는 매우 큰 물건 이름 목록을 보였고, 일부 사회적 단서 과제에서는 개가 침팬지보다 높은 성적을 냈다. 반면 유인원 연구에는 자발적으로 기호를 산출한 사례가 더 많다. 어느 쪽에서도 인간 문장과 같은 문장 안에 문장을 넣어 이해하는 능력은 확인되지 않았고, 사람처럼 처음 듣는 소리를 자유롭게 따라 하는 능력도 확인되지 않았다. 비교 과제와 훈련 이력이 다르므로 이것은 종의 절대 순위가 아니라 능력별 증거의 차이다.
15. “뇌가 달라서 못 한다”는 주장들
동물의 언어 한계를 뇌 구조 하나로 설명하는 주장은 흔하다. 일부는 틀렸고, 일부는 실제 차이를 지나치게 단순화한다. 아래에서는 각 주장과 실제 측정 범위를 분리했다.
브로카·베르니케 같은 언어 영역이 없다일부 사실
침팬지 뇌에는 사람의 브로카 영역과 위치와 구조가 비슷한 부위가 있다. 개에서는 2024년에 소리 처리 영역과 움직임 관련 영역을 잇는 왼쪽 신경 다발이 보고됐다. 하지만 어느 쪽도 사람의 언어 영역과 같은 기능을 한다고 확인된 것은 아니다
사람의 말 처리에 중요한 신경 다발이 없다일부 사실
궁상다발은 뇌의 앞쪽과 옆쪽을 잇는 신경 다발이다. 사람·침팬지·마카크 모두 비슷한 다발이 있지만, 사람에서는 소리와 뜻을 처리하는 옆쪽 부위까지 더 넓게 연결된다. 개에서 보고된 다발이 사람의 궁상다발과 같은 일을 하는지는 아직 모른다
뇌가 작아서 안 된다일부 사실
대뇌피질의 신경세포 수는 개 약 4.3억~6.3억, 사람 약 163억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뇌가 훨씬 작은 회색앵무도 새로운 소리를 따라 하고 색·재질·수량을 구별한다. 전체 크기나 신경세포 수만으로 언어 관련 능력을 예측할 수 없고, 뇌의 연결 방식도 함께 봐야 한다
이마 앞쪽이 작아서 안 된다일부 사실
개의 이마 쪽 대뇌피질이 차지하는 비율은 사람보다 작다. 하지만 이 부위는 방금 들은 정보를 잠시 기억하고 행동을 조절하는 등 여러 일에 관여한다. 크기 차이만으로 개가 어디까지 문장을 이해할 수 있는지 알 수 없고, 물건 이름을 못 배운다는 근거도 되지 않는다
좌우 반구가 일을 나눠 맡지 않는다부정확
개와 침팬지에서도 자극의 종류에 따라 좌뇌와 우뇌의 반응이 달라진다. 개의 뇌영상 연구에서는 아는 단어와 말투에 반응하는 위치가 달랐다. 사람의 언어 처리와 같다는 뜻은 아니지만, 좌우 뇌가 일을 나누는 현상 자체는 사람만의 특징이 아니다
성대와 입 구조가 달라 말을 못 한다부정확
원숭이의 목구멍과 입안을 촬영해 계산한 연구에서는 몸 구조만으로도 알아들을 수 있는 여러 모음을 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입 모양만으로 소리 내기의 한계를 설명하기는 어렵고, 뇌가 목소리 근육을 얼마나 세밀하게 조절하는지도 봐야 한다. 사람은 움직임을 지시하는 뇌 부위에서 후두를 움직이는 아래쪽 뇌 부위로 직접 이어지는 연결이 발달해 있지만, 다른 영장류에서는 이 연결이 더 제한적이다
FOXP2 같은 언어 유전자가 없다부정확
FOXP2는 다른 유전자의 작동을 조절하며 여러 척추동물이 함께 갖고 있다. 사람에게만 있는 '언어 유전자'가 아니다. 말소리와 동작의 순서를 배우는 과정과 관련이 있지만, 이 유전자 하나로 언어의 유무를 설명할 수는 없다
동물은 소리를 상징으로 쓰지 못한다일부 사실
2024년 뇌파 연구에서는 보호자가 말한 장난감 이름과 뒤이어 보여 준 물건이 다를 때 분석된 개들의 평균 뇌 반응이 달라졌다. 물건 이름을 들은 뒤 특정 대상을 예상했다는 해석을 뒷받침하지만, 모든 개가 그렇거나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단어 뜻을 떠올린다는 것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소리를 배워서 낼 수 없다미확인
개와 유인원은 사람·앵무새·노래새처럼 처음 들은 소리를 폭넓게 따라 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소리 내는 방식이 학습으로 전혀 달라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언제 어떤 소리를 내는지와 소리의 일부 특징은 경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처음 들은 소리를 자유롭게 따라 하는 능력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쓰는 편이 정확하다
문장 안에 문장을 넣지 못한다미확인
사람처럼 문장 안에 문장을 넣어 이해한다는 증거는 다른 동물에서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 새가 복잡한 소리 순서를 구별한 결과를 같은 능력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논쟁이 있으며, 시험된 종도 많지 않다
이런 설명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이유
차이가 보인다고 원인까지 확인된 것은 아니다
동물이 어떤 과제를 못 했고 뇌 구조도 사람과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그 구조가 실패의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직접 원인을 확인하려면 해당 구조나 유전자를 바꿨을 때 행동도 달라지는지 시험해야 한다. 이런 실험은 드물며, 현재 결과도 주로 뇌의 크기나 동작 순서 학습처럼 언어의 일부와 관련돼 있다.
서로 다른 능력을 모두 ‘언어’라는 한 단어로 묶었다
물건 이름을 배우는 능력, 처음 듣는 이름으로 새 물건을 고르는 능력, 단어 순서를 이용하는 능력은 서로 다르다. 여러 동물에서 이 가운데 일부가 확인됐다. 따라서 “언어가 있다·없다”고 한꺼번에 판단하기보다 어떤 과제를 어떤 방법으로 해결했는지 따로 봐야 한다.
사람처럼 폭넓게 새 소리를 모방해 사용하는 능력은 개와 비인간 유인원에서 확인되지 않았고, 사람처럼 문장 안에 문장을 넣어 이해한다는 증거도 다른 동물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처음 들은 소리를 따라 하는 능력은 새·박쥐·고래류에서도 따로 생겨났으므로, 특정한 사람 뇌 부위 하나의 유무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긴 문장 구조를 시험한 동물과 방법도 많지 않다.
앵무새는 뇌 크기만으로 능력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예다. 회색앵무의 뇌는 개보다 작고 포유류와 같은 대뇌피질도 없지만, 새로운 소리를 모방하고 색·재질·수량 범주를 구별하는 수행이 보고됐다.
따라서 전체 크기나 포유류의 특정 부위 하나만으로 언어 관련 능력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서로 먼 동물에서도 비슷한 일을 하는 뇌 연결이 서로 다른 구조로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겉모양뿐 아니라 실제 연결과 기능을 함께 비교해야 한다.
16. 언어 처리와 관련된 뇌 연결
뇌의 여러 부위는 긴 신경 다발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런 연결은 말소리와 뜻을 처리하는 데도 관여한다. 하지만 신경 다발 하나의 유무만으로 사람과 동물의 언어 능력 차이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사람 뇌에서 연구되는 두 방향의 연결
사람 뇌에서는 옆쪽의 소리 처리 부위와 앞쪽의 말하기·계획 부위를 잇는 연결을 크게 아래쪽 경로와 위쪽 경로로 나눠 설명한다. 아래쪽 경로는 말의 뜻을 파악하는 일과, 위쪽 경로는 들은 소리와 말하기 동작을 연결하거나 복잡한 문장을 처리하는 일과 관련된다. 실제 기능은 더 복잡하며, 이 구분을 개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 경로 | 하는 일 | 어느 종에 있나 |
|---|---|---|
| 아래쪽 연결 | 단어의 뜻, 그리고 바로 붙어 있는 단어끼리의 단순한 규칙 | 영장류에서 비슷한 연결을 비교했다. 개에서도 같은 연결인지는 모른다 |
| 위쪽 연결 · 듣고 따라 하기 | 들은 소리를 말하기 동작으로 바꾸는 데 관여 | 여러 영장류에서 확인됨 |
| 위쪽 연결 · 궁상다발 | 떨어져 있는 단어끼리의 관계, 문장 안에 문장이 들어가는 구조 | 사람에서는 소리와 의미를 처리하는 옆쪽 부위까지 더 넓게 이어진다 |
사람의 궁상다발은 다른 영장류보다 넓게 연결된다
궁상다발은 뇌의 앞쪽과 옆쪽을 잇는 신경 다발이다. 사람·침팬지·마카크를 같은 방법으로 비교한 연구에서는 사람의 연결 범위가 가장 넓었고, 침팬지와 마카크는 더 좁았다.
이 다발은 출생 뒤에도 성숙한다. 일부 발달 연구에서는 특정 구간의 성숙도와 아이의 복잡한 문장 처리 성적 사이의 연관이 보고됐다. 상관관계만으로 이 다발 하나가 문법 발달을 일으킨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개에서도 비슷해 보이는 연결이 보고됐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2024년 하버드 연구진은 개의 왼쪽 뇌에서 소리 처리 영역과 움직임 관련 영역을 잇는 신경 다발을 보고했다. 이 다발의 측정값과 보호자가 보고한 이해 어휘량 사이에도 연관이 있었다. 하지만 사람의 궁상다발과 같은 구조이거나 언어를 처리한다는 뜻은 아니다.
같은 연구실이 이듬해 개 110마리, 16견종을 분석한 논문에서도 해석에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의 이 연결은 문장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가 나는 방향을 찾는 일에 관여할 수도 있다.
모양이 비슷한 뇌 부위가 같은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침팬지 뇌에도 사람의 브로카 영역과 위치와 모양이 비슷한 부위가 있다. 그러나 같은 기능을 한다는 뜻은 아니다. 사람 연구에서는 브로카 영역의 일부가 복잡한 문장을 처리할 때 더 많이 활동했지만, 이 부위는 언어 이외의 여러 일에도 관여한다.
동물 쪽에서 같은 질문을 던진 실험이 있다. 목화머리타마린은 “A 다음엔 B” 수준의 규칙은 배우지만, 안쪽으로 겹쳐 들어가는 구조는 배우지 못했다. 이후 찌르레기가 겹친 구조를 배웠다는 반례가 나왔지만, 새들이 실제로 구조를 쓴 게 아니라 다른 단서로 풀었을 가능성이 지적되며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말소리를 만들어 내는 능력
사람은 움직임을 조절하는 뇌 부위에서 성대를 조절하는 부위까지 이어지는 직접 연결이 발달해 있다. 다른 영장류에서는 이 연결과 소리 조절 능력이 더 제한적이다. 그래도 말소리 학습의 차이를 이 연결 하나나 입과 목의 모양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개의 소리는 상황과 경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사람처럼 처음 듣는 소리를 폭넓게 따라 해 단어로 사용하는 능력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래서 개의 의사소통 연구는 주로 버튼, 몸짓, 물건 선택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
현미경으로 본 구조도 다르다
사람과 대형유인원의 브로카 영역을 현미경으로 비교한 연구에서는 사람 쪽 신경세포 무리 사이의 간격이 더 넓었다. 침팬지에서 이 부위의 좌우 크기가 다른지는 측정 방법에 따라 결과가 달랐다. 겉모양과 부피를 잰 연구와 세포 배열을 본 연구의 결론이 일치하지 않는다.
결론 — 같은 이름의 구조가 같은 기능을 뜻하지는 않는다
세 종은 포유류의 기본 뇌 구조를 공유한다. 그렇다고 사람의 언어가 같은 부위를 더 많이 가진 결과라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영역의 크기뿐 아니라 세포 구성, 발달 시기, 멀리 떨어진 뇌 부위를 잇는 방식과 그 연결의 기능이 함께 다르며, 종 사이에서 이름이 비슷한 구조가 같은 일을 한다고 자동으로 볼 수도 없다.
| 주장에 등장하는 근거 | 연구에서 확인된 범위 |
|---|---|
| 궁상다발 | 영장류에서는 비슷한 신경 다발을 비교할 수 있지만, 종마다 연결되는 범위가 다르다. 개에서도 비슷해 보이는 연결과 단어 반응 사이의 관계가 보고됐으나, MRI만으로 사람의 궁상다발과 같은 기능을 한다고 확정할 수는 없다. |
| 브로카 영역 | 침팬지 뇌에도 위치와 모양이 비슷한 부위가 있다. 모양이 비슷하다고 사람의 언어 기능까지 같다고 볼 수는 없다. |
| 대뇌피질의 신경세포 수 | 대뇌피질의 신경세포 수 추정치는 개·침팬지·사람 사이에서 크게 다르다. 하지만 총수 하나만으로 언어 능력을 예측할 수는 없고, 연결과 세포 유형도 함께 봐야 한다. |
| 배우기 쉬운 시기 | 개는 생후 몇 주 동안 사회성을 특히 쉽게 배우지만 학습이 그때 끝나는 것은 아니다. 사람도 무엇을 배우느냐에 따라 가장 배우기 쉬운 시기가 다르다. 둘을 하나의 숫자로 비교하면 오해가 생긴다. |
| 유전자 | FOXP2와 사람 계통에서 복제되거나 달라진 여러 DNA 구간이 뇌 발달과 연결 형성에 관여한다. 각각의 효과는 일부 과정에 관한 것이며, 어느 하나도 문법이나 언어 전체를 직접 설명하지 않는다. |
| 확인된 범위 | 2024년 연구는 분석된 가정견 18마리에서 물건 이름과 대상의 일치 여부에 따른 뇌파 차이를 보고했다. 아는 이름을 제외한 새 물건 선택, 범주 이름, 순서 사용에서 나온 강한 결과는 특별히 훈련된 소수의 개에서 나왔다. 확인된 범위와 모든 개의 능력을 구분해야 한다. |
실제로 확인된 차이
- 사람에게만 있는 중복 유전자 — ARHGAP11B, NOTCH2NL, SRGAP2C는 사람 계통에서 복제되어 생긴 유전자다. 이 유전자들은 뇌 발달의 속도와 정도에 영향을 주지만 언어를 직접 만드는 것은 아니다.
- 뇌에서 성대를 조절하는 직접 연결 — 사람에게 발달해 있지만 다른 영장류에도 간접 연결은 있다. 새·박쥐·물범·고래도 서로 다른 뇌 구조로 새로운 소리를 배울 수 있다.
- 문장 안에 문장을 넣어 이해하는 능력 — 사람의 문장과 같은 방식으로 처리한다는 증거는 다른 동물에서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시험된 종은 많지 않다.
공통 구조가 있다는 말은 차이가 작다는 뜻이 아니다. 뉴런 수, 장거리 연결, 세포 구성, 발달 기간이 모두 다르면 실제 기능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사람의 언어 능력을 뇌 부위 하나나 숫자 하나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체이서 연구가 보여 주는 것도 같은 원칙이다. 물건 이름 학습, 범주 이름 구별, 제한된 순서 사용은 각각 따로 검증해야 한다. 한 능력의 성공에서 곧바로 “인간과 같은 언어”나 “언어가 전혀 없다” 중 하나를 고를 이유는 없다.
17. 유전자
언어를 만드는 단 하나의 유전자는 없다. 아래 유전자들은 뇌의 발달, 신경 연결, 동작의 순서를 배우는 과정과 관련된다. 동물이나 세포에서 나타난 변화가 사람의 언어 능력을 직접 설명한다고 볼 수는 없다.
| 유전자 | 무엇 | 근거 | 주의 |
|---|---|---|---|
| FOXP2 | 다른 유전자의 작동을 조절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다. 여러 동물이 함께 갖고 있다 | 이 유전자에 특정 변이가 있는 가족에서는 말소리를 순서대로 만드는 데 어려움이 나타났다. 생쥐와 금화조 연구에서도 동작과 소리의 순서를 배우는 과정에 영향을 주었다 | 이 유전자 하나가 언어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인류에서 강한 자연선택을 받았다는 초기 주장도 더 큰 표본에서는 재현되지 않았다 |
| CNTNAP2 | 뇌세포의 연결과 신호 전달에 관여하며 FOXP2의 영향을 받는다 | 언어발달지연과 연관이 보고됐다 | 효과 크기가 작다 |
| ARHGAP11B | 사람 계통에서 원래 유전자의 일부가 복제되어 생긴 유전자 | 뇌세포가 되기 전 단계의 세포를 더 늘리는 작용이 보고됐다. 마모셋 태아에 넣은 실험에서는 대뇌피질이 커지고 주름이 늘었다 | 뇌 발달에 영향을 주지만 문법을 직접 담당하는 유전자는 아니다 |
| NOTCH2NL | 사람 계통에서 복제되어 생긴 유전자군 | 뇌세포가 되기 전 단계의 세포가 더 오래 늘어나도록 돕는다 | 이 유전자 구간에 이상이 생기면 머리와 뇌 크기의 발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
| SRGAP2C | 사람 계통에서 원래 유전자의 일부가 복제되어 생긴 유전자 | 신경세포 가지가 성숙하는 속도를 늦추고 세포 사이 연결이 만들어지는 기간을 늘리는 작용이 보고됐다 | 사람의 긴 뇌 발달 기간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다 |
| ZEB2 | 초기 뇌세포의 성장 시점을 조절하는 유전자 | 사람과 고릴라의 세포로 만든 작은 뇌 조직을 비교했더니 사람 쪽 세포가 더 오래 늘어났다 | 언어보다 뇌가 자라는 속도와 시기에 관한 결과다 |
| HAR1 등 사람 계통에서 빠르게 변한 DNA 구간 | 다른 포유류에서는 잘 보존됐지만 사람 계통에서 비교적 빠르게 바뀐 DNA 부분 | HAR1은 태아의 대뇌피질이 만들어지는 시기에 일부 신경세포에서 작동한다. 비슷한 DNA 구간이 수백 개 알려져 있다 | 대부분은 아직 무슨 일을 하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
| ASPM · MCPH1 | 이 유전자에 심각한 이상이 생기면 뇌가 작게 발달할 수 있다 | 사람 계통에서 선택을 받은 흔적이 있다 | 한때 언어·지능과 연결짓는 해석이 유행했으나 근거가 약하다. 뇌 크기와 언어를 곧바로 잇지 않는 게 좋다 |
| GTF2I · GTF2IRD1 | 개의 사회적 행동과 관련해 연구되는 유전자 | 사람의 윌리엄스 증후군과 관련된 DNA 구간에 있으며, 개가 낯선 사람에게 보이는 높은 사교성과의 연관성이 보고됐다 | 사회적 성향과의 연관성이지 언어 능력의 증거는 아니다 |
개가 사람의 신호를 잘 읽게 된 과정
개가 사람의 신호를 배우는 바탕에는 시선과 상호작용이 있다. 일부 실험은 개와 보호자의 서로 바라볼 때 양쪽의 옥시토신 수치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했다. 다만 실험 조건과 개체차가 있어 사람 부모와 아기 사이에서 일어나는 과정과 같다고 볼 수는 없다.
얼굴 근육 비교 연구에서는 안쪽 눈썹을 올리는 근육이 개에서 더 발달하고 늑대에서는 약하거나 드문 경향이 보고됐다. 사람이 이런 표정을 보이는 개를 더 선호했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비교한 동물 수가 적어 아직 확정된 설명은 아니다.
18. 필리가 남긴 1차 영상 자료
필리는 자기 채널에 28편의 영상을 직접 올렸다. 그중 일곱 편은 2008~2010년에 올라온 것으로, 논문에 보충 자료로 걸린 시연 영상과 같은 것이다. 마지막 세 편의 업로드 날짜(2010년 3~7월)는 논문 투고일(2010년 8월 6일) 직전이다.
글로 읽은 절차와 실제 장면이 얼마나 다른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다. 특히 실험 2의 천 칸막이 배치와 실험 3의 두 겹 원 배열이 논문에 설명된 절차와 일치한다.
각 영상 아래에 한국어 학습노트를 달았고, 그 밑의 원문 · 번역을 펴면 그 영상의 전사 원문과 한국어 전문 번역을 나란히 볼 수 있다. 20편에 노트와 전사를 붙였다.
영상에서 필리가 자기 자신을 Pop 또는 Papa라고 부른다. 논문에 나오는 “Pop hide”는 신호 이름이 아니라 “내가 숨긴다”는 말이다. 전사는 유튜브 자동자막을 정리한 것이라 음성인식 오류가 있었고, 문맥으로 확인되는 것만 바로잡았다.
논문의 실험을 그대로 보여 주는 일곱 편
Teaching the Names of Objects to Dogs
새 이름 하나를 가르치는 절차 그대로. 물건을 들고 가리키며 이름을 말하고, 숨기고, 찾게 한 뒤 놀아 주는 순서를 볼 수 있다.
Chaser Finds Toys by Words Alone — No Physical Cues
훈련자와 개가 서로 보지 못하게 한 검사다. 몸짓이나 표정이 정답의 단서가 되는 것을 막았다.
A Film Documenting Chaser's Learning of 1000 words
1,000개까지의 학습 과정을 묶은 기록 영상.
Finding Objects on the Basis of a Common Noun Called Toy
실험 3. 생김새가 제각각인데 기능만 공통인 toy 범주를 고르는 장면.
Finding Objects on the Basis of a Common Noun called Ball
실험 3. 안쪽·바깥쪽 두 개의 원으로 배치해 위치 단서를 없앤 구성이 그대로 보인다.
Learning the Name of an Object by Exclusion
실험 4. 익숙한 물건 두 개를 먼저 가져오게 한 뒤 처음 듣는 이름을 부르는 순서.
Chaser Responds to the Combination of Verb and Noun Phrases
실험 2. 천 칸막이, 실험자, 신호를 보내는 보조자까지 논문 사진과 같은 배치다.
명사 밖으로 넓힌 훈련
Mapping Words Upon Walking Commands and Outdoor Objects
산책 중의 지시와 바깥 사물로 확장.
Mapping Verbs on Herding Behaviors
목양 동작에 동사를 붙이는 방식. 어순 실험의 밑바탕이 된 훈련이다.
Chaser Understands the Meaning of Yes and No
맞고 틀림을 알리는 말을 따로 가르치는 장면. 논문의 부드러운 교정이 여기서 나온다.
강아지 시절부터의 교육 시리즈
어린 개를 데려온 직후부터 이름 학습으로 넘어가기까지의 순서를 일곱 편으로 나눠 찍은 것이다. 논문에 안 실린 앞 단계가 여기 있다.
Series 1 — Meet Chaser
Series 2 — Building Confidence
Series 3 — The Word No
Series 4 — Let Your Puppy Be a Puppy
Series 5 — Teach the Names of Objects
Series 6 — Learning Builds on Learning
Series 7 — Visiting the Kids
소개 영상과 인터뷰
John W. Pilley — The Man Behind the Dog
가장 긴 1차 자료. 필리 본인이 방법과 동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한다.
방송 · 책
- NOVA (PBS, 2018) — Neil deGrasse Tyson 앞에서의 시연 — 6분 9초.
- CBS 60 Minutes (2014) — Anderson Cooper 취재
- 필리의 채널 전체 (28편)
- John W. Pilley & Hilary Hinzmann, Chaser: Unlocking the Genius of the Dog Who Knows a Thousand Words (Houghton Mifflin Harcourt, 2013). 논문에 안 들어간 훈련 과정의 설명이 여기 있다.
- Deb Pilley Bianchi, For the Love of Dog (Princeton Architectural Press, 2023). 필리의 딸이 아버지의 방법을 일반 보호자용으로 정리했다.
공식 사이트
- chaserthebc.com — 체이서 공식 사이트
- The Chaser Initiative — 연구 소개와 학교 교육 프로그램
- Wofford College — 필리 추모 기록 (2018)
- Wofford College — 60 Minutes 방영 기록 (2014)
논문에 함께 걸린 1,038개 물건 전체의 사진과 이름 목록은 출판사(Elsevier) 쪽 보충 자료로만 제공되어 공개 링크가 없다. 영상 자료는 위 채널에서 전부 볼 수 있다.
19. 출처
체이서 원논문과 자료
- Pilley & Reid (2011) — Border collie comprehends object names as verbal referents, Behavioural Processes 86:184–195 (전문 PDF) · PubMed · 리코·체이서 원논문 상세 해설
- Pilley (2013) — Border collie comprehends sentences containing a prepositional object, verb, and direct object, Learning and Motivation 44:229–240
- Michael C. Frank — Chasing the Rubicon? (스탠퍼드, 체이서 연구 비평)
- IAABC Foundation Journal — Behind the Scenes with Chaser (훈련 현장 기록)
- The Chaser Initiative — 필리 사후 유가족이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
- Markman & Abelev (2004) — 리코가 처음 듣는 이름의 물건을 고른 실험에 대한 비판,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 Kaminski, Call & Fischer (2004) — 보더콜리 리코의 200개 이름, Science
사람이 말을 배우는 과정과 문장 구조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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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khtar (2005) — 자기에게 한 말이 아니어도 배운다, Developmental Science
- Bloom (2004) — 개가 단어를 배울 수 있는가, Science. 체이서 실험 2·3이 겨냥한 반박이 여기 있다
- Frank, Tenenbaum & Gibson (2013) — 아이가 받는 언어 입력의 양, PLOS ONE
- Saffran, Aslin & Newport (1996) — 생후 8개월 아기가 이어지는 음절의 빈도로 단어 경계를 찾는 실험, Science
- Werker & Tees (1981) — 모국어에 없는 소리 구별이 첫 돌 무렵 사라진다, Child Development
- Marcus 등 (1992) — 아이가 went를 goed라고 말하는 오류와 규칙 학습, Monographs of the SR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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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단어 이해 — 최근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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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stos, Houghton, Naranjo & Rossano (2024) — 사운드보드 단어의 발화자와 전달 방식에 따른 개의 반응 비교, PLOS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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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원과 반복되는 소리 순서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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