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학습과 인지학습
습관화와 조건화부터 목표지향 행동, 습관, 기억·주의·표상까지. 개가 경험 속에서 무엇을 배우고, 배운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며, 훈련에 어떻게 적용하는지 순서대로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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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학습을 보는 큰 지도
학습 연구는 관찰하려는 변화에 따라 크게 세 갈래로 정리할 수 있다. 비연합학습은 하나의 자극이 반복될 때 반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연합학습은 단서·행동·결과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익히는지, 인지학습은 주의·기억·표상·추론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다룬다. 실제 행동에서는 이 과정들이 함께 작동할 수 있다.
| 갈래 | 무엇을 관찰하나 | 대표 내용 |
|---|---|---|
| 비연합학습 | 반복 자극에 대한 반응 변화 | 습관화에서는 반복 자극에 대한 반응이 줄고, 민감화에서는 강한 자극을 겪은 뒤 여러 자극에 대한 반응성이 커진다 |
| 연합학습 | 단서·행동·결과 사이의 예측 관계 | 고전적 조건화와 조작적 조건화가 대표적이다. 현대 이론은 단순한 동시 발생뿐 아니라 예측 오차, 주의, 맥락, 결과의 표상도 다룬다 |
| 인지학습 | 주의·기억·표상·규칙·추론을 이용한 정보 처리 | 잠재학습·관찰학습·규칙 학습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과제에 따라 연합 과정과 인지 과정이 함께 행동을 만든다 |
습관화의 예로는 매일 들리는 냉장고 소리에 점차 반응하지 않는 현상을, 민감화의 예로는 큰 폭발음을 들은 뒤 작은 소리에도 쉽게 놀라는 현상을 들 수 있다. 두 현상은 반복 자극에 대한 반응 변화를 보여 준다.
연합학습으로 형성된 예측은 행동을 선택할 때 쓰이는 정보가 된다. 개가 리드줄을 보고 산책을 예상하고, 문 쪽으로 가는 행동을 선택하는 장면에는 단서와 결과의 연합, 기억, 주의, 현재의 동기가 함께 관여한다.
2. 연합 이론은 무엇을 설명하는가
연합 이론은 경험을 통해 한 사건이 다른 사건을 얼마나 잘 예측하게 되는지를 설명한다. 여기서 사건은 소리나 불빛 같은 단서, 개의 행동, 간식이나 산책 같은 결과가 될 수 있다. 현대 이론에서 “표상”은 물건 하나를 담는 머릿속 칸이 아니라, 대상·행동·결과와 그 관계에 대해 신경계가 보존한 정보를 뜻한다.
뿌리 — 영국 경험론의 연합주의
- 17~19세기 일부 영국 경험론자는 복잡한 생각이 감각 경험과 관념의 결합에서 형성된다고 봤다. 이들을 모두 같은 강도의 “백지설”로 묶을 필요는 없다.
- 흄은 관념이 붙는 원리를 유사·시공간적 근접·인과의 셋으로 정리했다. 하틀리와 밀 부자는 이것을 마음 전체의 작동 원리로 확장했다. 이 입장을 연합주의라고 부른다.
- 여기서 경험한 사건 사이의 관계가 지식을 만든다는 생각이 학습 이론으로 넘어왔다. 초기에는 근접성과 반복을 강조했지만 현대 모형은 예측성, 놀라움, 주의도 함께 본다.
실험실 번역 — 자극과 반응
- 20세기 초 이 틀이 실험실 언어로 옮겨졌다. 원자가 관념에서 자극과 반응으로 바뀐 것이 핵심이다. 머릿속을 보지 않아도 되므로 측정할 수 있다.
- 손다이크는 상황과 반응의 결합, 헐은 강화된 횟수가 쌓여 커지는 습관 강도라는 값을 놓았다. 학습을 누적 횟수의 함수로 본 것이다.
- 자극-반응(S–R) 이론은 이 계보의 한 갈래다. 모든 연합 이론이 행동을 단순한 S–R 결합으로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연합 이론
- 레스콜라–와그너 모형은 실제 결과와 예상 결과의 차이인 예측 오차가 클수록 더 많이 학습한다고 본다. 그러나 주의를 바꾸는 모형, 자극 전체의 구성을 배우는 모형 등 다른 연합 모형도 있다.
- 인공신경망의 가중치는 연합 강도를 이해하는 비유로 쓸 수 있다. 다만 신경망에는 다양한 구조와 학습 규칙이 있고, 역전파와 동물의 연합학습 모형은 서로 다른 수준의 설명이다.
그래서 연합 이론이 표상과 예측의 언어를 받아들였다는 말은 이런 뜻이다. 1968년에 발표되고 1969년에 출판된 카민의 차단 실험에서는 새 단서와 결과가 충분히 함께 나와도, 기존 단서가 결과를 이미 잘 예측하면 새 단서에 대한 학습이 크게 줄었다. 단순한 동시 발생 횟수보다 단서가 더해 주는 정보가 중요했다.
그래서 1972년 레스콜라–와그너 모형은 횟수 대신 예측 오차를 계산에 넣는다. 흔히 “놀라운 만큼 배운다”고 풀어 쓴다. 여기서 기대는 동물이 말로 품은 생각을 직접 측정했다는 뜻이 아니라, 이전 경험으로 형성된 예측을 모형의 값으로 나타낸 것이다.
1988년에 레스콜라는 한 걸음 더 나가, 조건화의 내용 자체를 유기체가 환경에 대해 만드는 표상으로 기술했다. 연합은 단순한 두 점짜리 선이 아니라 맥락과 자극 구성, 사건 사이 관계를 포함할 수 있다. 그래서 “연합은 생각 없는 반복, 인지는 표상과 예측”이라는 대비가 현대 연구에는 맞지 않는다.
3. 조건화 안에서도 여러 관계를 배운다
고전적 조건화와 조작적 조건화는 보통 연합학습의 대표 유형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고전적은 자극-자극, 조작적은 행동-결과”라고 한 줄로 끝내면 중요한 차이를 놓친다. 조작적 행동도 목표를 고려하는 단계와 반복 뒤 굳어진 습관 단계가 다를 수 있다.
| 주로 배우는 관계 | 개 훈련 예 | |
|---|---|---|
| 고전적 | 단서 ↔ 결과 | 클리커 소리가 곧 간식이 온다는 것을 예고한다. 침·접근·기대처럼 결과에 관련된 반응이 단서에 나타날 수 있다 |
| 목표지향 조작적 행동 | 행동 ↔ 특정 결과 | 앉으면 간식을 얻는다는 관계를 배우고, 지금 그 간식을 원하는지에 따라 행동을 조절한다 |
| 습관적 조작 행동 | 상황·단서 ↔ 반응 | 오랫동안 반복한 행동은 결과의 현재 가치가 낮아져도 익숙한 맥락에서 자동으로 나올 수 있다. 이것이 목표지향 행동과 구별되는 습관이다 |
핵심은 단순히 함께 나온 횟수가 아니다. 단서가 있을 때와 없을 때 결과 확률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행동이 결과를 실제로 바꾸는지, 결과가 지금도 가치 있는지, 다른 단서가 결과를 이미 예측하는지가 모두 행동을 바꾼다.
4. 연구 결과를 읽는 다섯 가지 기준
겉으로 같은 행동도 서로 다른 과정을 거쳐 나올 수 있다. 연구자는 보상의 유무만 보거나 행동에 이름을 붙이는 데서 끝내지 않고, 조건을 하나씩 바꾸어 어떤 정보가 행동을 이끄는지 확인한다.
- 직접 보상이 없어도 사건 사이의 관계를 배울 수 있다. 고전적 조건화의 무조건자극은 행동 뒤에 주는 보상과 역할이 다르다. 감각 사전조건화와 통계학습에서도 학습자는 정답 보상 없이 사건의 순서와 규칙성을 익힌다.
- 시간적 근접성과 함께 예측성을 본다. 두 사건이 가까이 일어나는 것은 중요하지만, 단서가 결과의 확률을 실제로 높이는지도 중요하다. 단서의 두드러짐, 주의, 맥락, 종마다 다른 감각과 행동 성향도 학습의 방향을 바꾼다.
- 새 조합에서 전이를 검사한다. 비슷한 자극으로의 일반화, 이미 배운 요소의 조합, 자극 전체에 대한 표상은 모두 새 상황의 성공에 기여할 수 있다. 체이서 연구는 명령과 사물 이름을 새롭게 조합해, 한 문장을 통째로 외운 경우와 구별했다.
- 행동 자료와 생리 자료를 함께 해석한다. 선택, 반응시간, 침 분비, EEG, 뇌영상은 서로 다른 측정값이다. 연구자는 여러 조건에서 이 값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해 그 뒤의 학습 과정과 표상을 추론한다.
- 한 대상에 연결된 여러 정보의 구조를 본다. 현대 연합 이론은 한 결과를 예고하는 여러 단서, 대상의 여러 속성, 자극의 구성과 위계를 다룬다. 공 하나에도 고유 이름, ball, toy 같은 여러 범주의 이름이 연결될 수 있다.
더 강한 검사는 서로 경쟁하는 설명이 다르게 예측하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결과의 가치를 낮춘 뒤 행동이 즉시 줄면 행동-결과 표상을 쓴다는 근거가 되고, 충분한 반복 뒤에도 그대로 행동하면 S–R 습관의 근거가 된다. 새로운 전이를 검사할 때도 냄새·위치·사람의 몸짓 같은 대체 단서를 통제해야 한다.
5. 연합 이론이 학습 연구의 토대를 만들었다
189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특히 미국의 실험심리학은 관찰하고 반복 측정할 수 있는 행동을 앞세웠다. 오늘날 훈련에서 쓰는 효과의 법칙, 조건반사, 조작적 행동, 강화 스케줄 같은 기본 어휘도 이 시기에 구체화됐다.
퍼즐상자와 효과의 법칙
- 빗장이 걸린 나무 상자 15종을 만들고 고양이를 안에 넣었다. 밖에는 생선을 두었다. 여는 방법은 상자마다 달랐다 — 고리를 당기거나, 발판을 밟거나, 지렛대를 밀거나, 두세 동작을 순서대로 해야 열리는 것도 있었다.
- 같은 고양이를 반복해서 넣으며 탈출까지 걸린 시간을 매 시행 기록했다. 심리학에서 학습 곡선을 체계적으로 그린 첫 사례다.
- 곡선은 들쭉날쭉하면서 완만하게 내려갔다. 어느 시점에 뚝 떨어지는 자리가 없었다. 손다이크는 이것을 근거로, 고양이가 고리와 문의 관계를 깨달은 게 아니라 우연히 나온 성공 동작이 조금씩 남고 실패 동작이 조금씩 빠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 고양이의 앞발을 잡아 직접 고리를 당기게 해 줘도 학습이 뚜렷하게 빨라지지 않았다는 관찰도 같은 방향의 근거였다.
- 효과의 법칙: 어떤 상황에서 나온 여러 반응 중 만족스러운 결과가 뒤따른 것은 그 상황과의 결합이 강해지고, 불쾌한 결과가 뒤따른 것은 약해진다. 결합이 강할수록 다음번 같은 상황에서 다시 나온다.
- 손다이크는 뒤에 이 법칙의 절반을 스스로 수정했다. 처벌이 결합을 약화시키는 힘은 보상이 강화시키는 힘과 대칭이 아니라고 봤다.
상황과 반응, 결과의 관계를 반복 시행으로 측정하는 틀이 여기서 구체화됐다. 조작적 조건화의 중요한 선행 연구이자 오늘날 훈련에서 쓰는 강화 개념의 출발점 가운데 하나다.
조건반사
- 침샘관을 뺨 밖으로 내는 수술로 침 분비량을 방울 단위로 측정했다. 원래 목적은 소화액 분비의 신경 조절 연구였고, 1904년 노벨 생리의학상도 그 소화 연구로 받았다.
- 먹이를 주기 전 단계 — 사육사의 발소리, 먹이 그릇 — 만으로도 침이 나오는 현상을 그냥 잡음으로 두지 않고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 메트로놈·불빛 같은 중성 자극을 먹이와 반복해서 짝지어 조건반사를 만들고, 짝짓기를 끊어 소거시키고, 쉬었다가 다시 제시해 자발적 회복을 보이고, 비슷한 자극에는 반응이 번지는 일반화와 그것을 좁히는 변별을 차례로 정리했다.
- 여기서 용어가 자리를 잡는다. 먹이처럼 배우지 않아도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무조건자극, 그때 저절로 나오는 침을 무조건반응이라 부른다. 원래 아무 뜻 없던 메트로놈 소리는 짝지어진 뒤에 조건자극이 되고, 그 소리에 나오는 침이 조건반응이다.
- 순서와 간격도 결과를 바꿨다. 보통은 조건자극이 먼저 나오고 무조건자극과 겹치거나 바로 이어질 때 잘 학습된다. 다만 거꾸로 제시하는 역행 조건화도 조건에 따라 일어날 수 있으므로 '절대 안 붙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 영역본 『Conditioned Reflexes』는 1927년 안렙(G. V. Anrep)의 번역으로 나왔다.
자극과 결과의 관계를 통제해 재는 표준 실험 절차가 자리 잡았다. 소거·자발적 회복·일반화·변별은 지금도 학습 연구와 훈련에서 쓰이는 핵심 현상이다.
행동주의 선언
- 「행동주의자가 보는 심리학」은 첫 문단에서 심리학을 순수하게 객관적인 자연과학의 실험 분과로 규정하고, 그 이론적 목표는 행동의 예측과 통제라고 못 박았다.
- 내성법을 방법에서 제외했다. 자료의 과학적 가치가 그것을 의식의 언어로 옮길 수 있느냐에 달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유다. 그는 이제 심리학이 의식에 대한 모든 언급을 버려야 할 때가 왔다고 썼다.
- 사람과 짐승 사이에 선을 긋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동물의 행동과 사람의 행동은 같은 평면에서 다뤄야 하고, 동물 연구는 그것이 사람의 의식에 대해 무엇을 말해 주느냐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 맺음도 같은 방향이다. 의식이 아니라 행동을 공격 목표로 삼아 심리학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 왓슨과 함께 자주 인용되는 '건강한 아기 열둘을 달라, 어떤 전문가로든 길러 보이겠다'는 문장은 이 1913년 논문이 아니라 1930년 『Behaviorism』 개정판에 있다. 왓슨 자신이 바로 뒤에 자기가 사실을 넘어서고 있음을 인정한다고 덧붙였는데, 그 단서는 인용에서 대개 빠진다.
의식에 대한 내성 보고보다 관찰 가능한 행동을 앞세운 선언이다. 특히 미국 심리학에서 행동주의의 영향력이 커졌지만, 당시 심리학 전체가 하나의 공식 입장으로 통일된 것은 아니다.
『The Behavior of Organisms』
- 레버와 급식기, 그리고 누적기록기가 달린 상자를 만들었다. 종이가 일정한 속도로 흐르고 반응할 때마다 펜이 한 칸 올라가므로, 선의 기울기가 그대로 반응률이 된다.
- 종속변인을 탈출 시간이나 오차 수가 아니라 단위 시간당 반응 수로 바꾼 것이 핵심이다. 집단 평균 대신 개체 하나를 오래 관찰하며 조건을 바꿔 가는 설계를 표준으로 만들었다.
- 자극이 끌어내는 반응(respondent)과 유기체가 먼저 내놓고 결과에 따라 빈도가 달라지는 반응(operant)을 갈랐다. operant 이라는 용어가 여기서 굳는다.
- 강화를 매번 주지 않고 횟수나 시간 기준으로 나눠 주는 강화 스케줄이 반응률과 반응 패턴, 소거 저항을 바꾼다는 것을 보였다. 변동비율은 높은 반응률을 만들기 쉽지만, 어떤 스케줄이 '가장 강하다'고 맥락과 목표를 빼고 말할 수는 없다.
- 특정한 신호가 있을 때만 그 반응이 강화되는 구조도 정리했다. 그 신호를 변별자극이라 부른다. 신호와 행동과 결과, 이 세 항이 오늘날 훈련에서 큐와 행동과 보상이라 부르는 것이다.
조작적 행동을 반응률과 환경 조건의 함수로 정밀하게 연구하는 체계가 자리 잡았다. 오늘날 훈련의 강화·소거·스케줄·변별자극 개념에 큰 영향을 줬다.
연합을 수식으로 쓴 시도
- 『Principles of Behavior』에서 행동의 세기를 네 값의 곱으로 놓고 공리와 정리의 형태로 체계를 세웠다. 그 값은 습관이 얼마나 쌓였는가, 지금 얼마나 배고픈가, 신호가 얼마나 뚜렷한가, 그리고 받을 보상이 얼마나 좋은가다.
- 습관 강도는 강화된 시행 횟수가 쌓일수록 커지는 값으로 정의됐다. 즉 학습을 누적 횟수의 함수로 본 것이다.
연합 이론을 공리와 수식으로 세우려 한 대표적 시도다. 뒤의 레스콜라–와그너 모형은 단순 누적 대신 결과가 얼마나 예상 밖이었는지를 학습량에 반영했다.
6. 표상과 문제 해결을 연구하기 시작하다
표상이나 문제 장면의 구조를 말하는 설명은 1950년대에 갑자기 생기지 않았다. 쾰러와 톨먼은 행동주의가 영향력을 넓히던 시기부터 점진적 S–R 결합만으로 충분한지 물었다. 다만 이 고전 실험에도 대안 설명과 재현성 한계가 있다.
침팬지의 통찰 학습
- 프로이센 과학아카데미가 테네리페 섬에 둔 유인원 연구소에서 1913년부터 침팬지를 관찰했다. 1차 대전으로 귀국이 막히면서 체류가 길어졌고, 그 사이의 기록이 『Intelligenzprüfungen an Menschenaffen』(1917)으로 나왔다. 영역본 『The Mentality of Apes』는 1925년이다.
-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바나나를 두고 상자와 막대를 방 안에 흩어 놓았다. 술탄이라는 침팬지는 짧은 막대로는 닿지 않자, 그 막대로 우리 밖의 긴 막대를 끌어온 다음 긴 막대로 바나나를 끌어왔다. 도구로 도구를 얻은 2단계 해법이다.
- 천장에 매단 바나나에는 상자를 쌓아 올라갔다. 상자가 하나로 모자라면 두 개, 세 개를 포갰다.
- 쾰러가 주목한 것은 해법 자체가 아니라 해법이 나오는 모양이었다. 헛된 시도가 이어지다가 행동이 멈추고 주변을 훑어보는 구간이 생기고, 그 뒤 동작이 끊김 없이 한 번에 이어졌다. 그리고 다음 시행부터는 곧바로 해냈다.
- 쾰러는 이것을 문제 장면 전체의 재구조화로 설명했다. 부분 동작의 누적이 아니라 요소들 사이 관계가 다시 배치된 것이라는 뜻이다.
- 한계도 분명하다. 관찰 중심 연구였고, 성공 이전에 침팬지들이 겪은 시행착오 이력이 기록에서 어디까지 반영됐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점진적인 시행착오와 다른 형태로 나타난 문제 해결 사례로 큰 영향을 줬다. 해석할 때는 침팬지의 사전 경험과 당시 관찰 기록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한계를 함께 고려한다.
잠재 학습
- 쥐를 세 집단으로 나눠 복잡한 미로를 매일 한 번씩 달리게 했다. 1집단은 늘 목표 상자에서 먹이를 받았고, 2집단은 한 번도 받지 못했으며, 3집단은 열흘 동안 먹이 없이 달리다 11일째부터 받았다.
- 1집단의 오차는 날마다 꾸준히 줄었고 2집단은 거의 줄지 않았다. 3집단은 열흘 내내 2집단과 비슷한 곡선을 그렸다.
- 먹이를 처음 받은 다음 날, 3집단의 오차가 급락해 처음부터 먹이를 받던 1집단과 사실상 같아졌다. 하루 만에 열흘 치를 따라잡은 것이 아니라, 열흘 동안 이미 익히고 있었는데 보여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 톨먼은 강화가 지식의 획득보다 그 지식을 행동으로 드러내는 수행에 직접 작용한다고 해석했다. 이 결론은 미로의 공간 정보를 익히는 과제에서 얻은 결과다.
- 출처는 University of California Publications in Psychology 4권 257~275쪽이다.
즉각적인 보상 없이도 환경에 대한 정보가 축적될 수 있고, 학습과 수행을 구분해야 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학습은 직접 볼 수 없으므로 행동이나 생리 반응에서 추론한다는 점은 연합·인지 이론 모두 같다.
「쥐와 인간의 인지 지도」
- 잠재 학습, 장소 학습과 반응 학습의 비교, 우회로 실험을 한 편의 논문으로 묶고 인지 지도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 장소 대 반응 실험은 이렇다. 십자 미로에서 늘 같은 자리의 먹이를 찾게 훈련한 뒤 출발점을 반대편으로 옮긴다. 반응을 배웠다면 훈련 때와 같은 방향으로 돌 것이고, 장소를 배웠다면 먹이가 있던 자리로 갈 것이다. 쥐는 자리로 가는 경향을 보였다.
- 우회로 실험에서는 익숙한 경로를 막고 부채꼴로 여러 통로를 새로 열어 준다. 쥐는 아무 통로나 고르지 않고 먹이가 있던 방향의 통로를 고르는 경향을 보였다.
- 톨먼은 쥐가 자극과 반응의 목록이 아니라 지도 비슷한 것을 머릿속에 세운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좁은 지도와 넓은 지도를 구별하며, 스트레스와 과도한 동기가 지도를 좁힌다고 덧붙였다.
- 다만 우회로 실험은 재현이 잘 되지 않는다. 80년치 관련 연구를 모은 최근 메타분석은 지름길 선택의 증거가 약하고 재현성이 낮다고 보고했다.
회전 방향보다 장소에 대한 정보가 행동을 이끈다는 해석을 제시했다. 이후 연구에서는 여러 대안 설명이 검토됐고, 유명한 부채꼴 우회로 결과는 재현성이 낮게 나타났다.
7. 1950~60년대에 설명의 폭이 넓어졌다
이 시기는 흔히 인지혁명이라고 불린다. 정보 처리, 언어, 생물학적 제약을 다루는 연구가 늘면서 학습 연구의 질문과 방법이 넓어졌다. 브렐런드 부부와 가르시아의 연구는 같은 조건화 절차도 종의 행동 성향과 단서·결과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을 보여 줬다.
인지과학이 묶이기 시작한 상징적 연도
- 9월 11일 MIT에서 열린 정보이론 심포지엄에서 세 발표가 이어졌다. 밀러의 「마법의 수 7±2」, 뉴얼과 사이먼의 Logic Theorist, 촘스키의 「언어 기술의 세 모형」이다. 밀러는 뒷날 이날을 인지과학의 생일로 회고했다.
- 밀러의 논문은 서로 무관해 보이는 두 자리에서 같은 숫자가 나온다는 관찰이다. 소리의 높낮이나 밝기를 절대적으로 구별해 이름 붙일 수 있는 단계 수도, 한 번에 외워 되뇔 수 있는 항목 수도 7 부근이었다. 오늘날에는 이를 모든 사람과 과제에 적용되는 고정 용량으로 보지 않는다.
- 그런데 한계는 정보량이 아니라 항목 수였다. 여러 항목을 하나의 덩어리로 묶으면(chunking) 같은 7칸에 훨씬 많은 정보가 들어간다. 무작위 숫자 열보다 전화번호가 외워지는 이유다.
- 뉴얼과 사이먼의 Logic Theorist는 일부 수학 정리를 탐색 규칙으로 증명했다. 문제 해결 절차를 기계가 실행할 수 있는 형식으로 적어 낸 초기 사례다.
- 같은 해 브루너 등의 『A Study of Thinking』이 개념 형성 과정을 전략의 언어로 기술했다.
정보 처리라는 어휘가 들어오면서 표상과 규칙을 가설로 세우고, 그 가설이 예측하는 행동을 실험으로 비교할 길이 넓어졌다.
스키너 『Verbal Behavior』 서평
- 학술지 Language 35권 1호 26~58쪽. 1967년 재수록판 서문에서 촘스키는 이 글이 스키너의 언어론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 고등 정신 과정을 행동주의로 설명하려는 시도 전반에 대한 비판이었다고 밝혔다. 스키너의 책을 택한 이유는 그것이 그런 시도 중 가장 치밀했기 때문이다.
- 핵심 논지는 용어의 이중 사용이다. 자극·반응·강화는 실험실 안에서 좁게 정의될 때만 뜻이 분명하다. 스키너는 실험 결과를 자기 체계가 과학적이라는 근거로 쓰고, 같은 용어를 은유로 늘려 쓴 추측을 그 체계의 적용 범위를 보이는 근거로 쓴다. 그래서 엄밀한 이론이 넓은 범위를 덮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험실의 용어와 실생활의 용어는 발음만 같은 다른 말일 수 있다.
- 자극 통제의 예로 촘스키는 그림을 보고 '네덜란드 것'이라고 말하는 경우를 든다. 같은 그림 앞에서 사람은 '벽지랑 안 어울리네', '너 추상화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삐뚤어졌어', '아름답다', '작년 캠핑 기억나?' 무엇이든 말할 수 있다. 스키너는 그때마다 그 반응을 통제한 다른 자극 속성이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속성은 얼마든지 지어낼 수 있으므로 이 장치는 간단한 만큼 비어 있다.
- 강화도 마찬가지다. 스키너는 혼잣말·상상·생각까지 자동적 자기강화로 설명하는데, 그렇게 쓰면 강화가 학습에 필요하다는 명제 자체가 공허해진다. 손가락을 베는 것도 생각의 사례가 되어 버린다.
- 반응 강도를 소리의 크기·높이·빈도로 잰다는 정의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그림 앞에서 지체 없이 크고 높은 소리로 '아름답다'를 반복하는 사람과 한참 있다가 낮게 읊조리는 사람 중 앞쪽이 더 강한 반응이 된다. 촘스키는 여기서 확률과 강도가 관심·의도·믿음 같은 말을 객관적으로 들리게 바꿔 부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 촘스키가 특히 든 사례는 아이의 언어다. 아이는 들은 적 없는 문장을 만들고 이해하며, 어른도 처음 보는 문장을 계속 알아듣는다. 촘스키의 요지는 이를 자극 일반화라고 이름 붙이는 것만으로는 생성 능력이 어떻게 생기는지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 촘스키의 정리는 이렇다. 언어를 배운 아이는 어떤 의미에서 문법을 스스로 구성한 것이고, 그 문법은 매우 복잡하고 추상적이다. 게다가 이 일은 놀랄 만큼 짧은 시간에, 지능과 크게 상관없이, 모든 아이에게서 비슷하게 일어난다. 어떤 학습 이론이든 이 사실들을 감당해야 한다.
- 그가 제안한 방향은 사람에게 아직 정체를 모르는 자료 처리 능력 또는 가설 형성 능력이 갖춰져 있다고 보고, 주어진 입력과 주어진 시간 안에 그 언어의 문법에 도달하려면 그 장치의 내장 구조가 어때야 하는지를 묻는 것이었다.
언어 학습이 조건화냐는 물음이 학문적으로 갈린 지점이 정확히 여기다. 촘스키는 강화가 아무 역할도 안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강화와 관찰과 호기심과 모방 성향이 다 관여하지만, 그것만으로 설명이 끝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했을 뿐이다.
「유기체의 오작동」
- 부부는 스키너의 제자였고, Animal Behavior Enterprises 를 세워 38종 6,000마리 이상을 조작적 조건화로 훈련해 광고와 공연에 내보내고 있었다. 이 논문은 성공담이 아니라 실패 보고다.
- 돼지에게 커다란 나무 동전을 물어다 저금통에 넣게 훈련했다. 처음에는 잘 됐다. 그런데 몇 주에서 몇 달에 걸쳐 점점 느려지더니, 동전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코로 밀고 공중에 던지기 시작했다. 배가 고픈 상태였는데도 먹이를 늦추는 행동이 늘었다.
- 너구리는 동전 하나는 넣었지만 두 개를 요구하자 통 앞에서 동전 두 개를 서로 비벼 댔다. 가재를 씻는 종 고유 동작이었다.
- 강화 배치는 그대로였지만 훈련된 동작은 점차 흐트러졌고, 그 자리를 그 종이 먹이를 다룰 때 보이는 행동이 채웠다.
- 부부는 이 현상을 본능적 표류라고 이름 붙였다.
강화 절차의 효과가 종의 먹이 획득 행동과 과제의 성격에 영향을 받는다는 실무 사례다. 학습 원리와 함께 종마다 다른 생물학적 성향을 살펴야 한다는 연구 방향을 열었다.
맛 혐오와 준비성
- 쥐가 핥으면 불이 켜지고 소리가 나는 물을 준비했다. 여기에 사카린 맛을 더해, 맛 자극과 시청각 자극이 늘 함께 오게 만들었다.
- 한 집단에는 결과로 방사선이나 약물로 유도한 메스꺼움을, 다른 집단에는 발에 오는 전기 충격을 붙였다.
- 나중에 맛만 있는 물과 시청각만 있는 물을 따로 검사했다. 메스꺼움 집단은 맛을 피했고 빛과 소리는 피하지 않았다. 충격 집단은 정확히 반대였다.
- 맛과 메스꺼움의 연결은 긴 지연과 적은 시행에도 형성될 수 있었다. 시간적 근접이 중요하다는 일반 경향에 강한 예외가 있다는 뜻이다.
모든 단서와 결과가 똑같이 쉽게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종의 진화사와 감각 체계, 과제의 성격이 어떤 관계를 빨리 배우는지에 편향을 만든다.
『Cognitive Psychology』
- 지각·주의·기억·언어·사고를 정보의 흐름이라는 하나의 틀로 묶어 교과서로 정리했다.
- 인지를 감각 입력이 변환되고 축약되고 정교화되고 저장되고 인출되고 사용되는 모든 과정으로 정의했다. 대상이 아니라 과정으로 분야를 규정한 것이다.
- 이미 쓰이던 '인지심리학'이라는 이름을 널리 알리고 연구 영역을 한 교과서 안에 묶었다.
흩어져 있던 지각·주의·기억·언어 연구를 하나의 정보 처리 관점으로 정리해 인지심리학이 주류 연구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는 데 기여했다.
8. 현대 학습 연구: 연합·예측·표상
현대 연합 이론은 머릿속의 연결 하나가 반복할수록 굵어진다는 설명보다 훨씬 넓다. 어떤 결과가 예상 밖이었는지, 어떤 단서에 주의가 배분되는지, 개별 요소와 장면 전체 가운데 무엇을 표상하는지, 맥락이 기억을 어떻게 불러오는지, 행동이 특정 결과와 연결됐는지를 각각 다른 모형으로 다룬다.
현대 연합 이론이 묻는 여섯 가지
| 질문 | 대표 설명 | 무엇을 예측하나 |
|---|---|---|
| 결과가 얼마나 뜻밖인가 | 레스콜라–와그너, 시간차 학습 | 실제 결과와 예상 결과의 차이인 예측 오차가 클수록 연결이 크게 갱신된다 |
| 어떤 단서에 주의하는가 | 매킨토시, 피어스–홀, 혼합 모형 | 잘 맞는 예측 단서와 아직 결과가 불확실한 단서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주의가 배분된다 |
| 무엇을 한 단위로 저장하는가 | 요소 모형, 구성 모형 | 색·소리 같은 요소를 따로 배울 수도 있고, 요소가 결합된 장면 전체를 하나의 패턴으로 배울 수도 있다 |
| 맥락은 무슨 일을 하는가 | 맥락·기억 인출 모형 | 장소·시간·내적 상태가 어떤 기억을 꺼낼지 정한다. 소거 뒤 장소가 바뀌면 반응이 돌아오는 갱신 효과가 대표적이다 |
| 관계에도 조건이 붙는가 | 상황 설정, 위계적 연합 | 한 신호가 결과를 직접 예고하는 대신, 다른 단서와 결과의 관계가 언제 유효한지 알려 줄 수 있다 |
| 행동은 목표인가 습관인가 | 행동–결과, 자극–반응, 모델 기반·모델 프리 학습 | 결과 가치와 인과관계에 민감한 목표지향 행동이 반복을 거치며 익숙한 단서가 직접 촉발하는 습관으로 바뀔 수 있다 |
이 모형들은 하나만 골라 나머지를 버리는 후보 목록이 아니다. 예측 오차가 결과의 가치를 갱신하는 동시에 단서에 쏟는 주의를 바꿀 수 있고, 그 변화가 맥락에 따라 다른 기억을 불러올 수 있다. 그래서 최근 이론은 여러 계산을 결합한 혼합 모형과, 연합 과정이 실제 행동 선택 체계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하는 처리 구조를 함께 연구한다. 도파민의 순간적 변화도 예측 오차와 관련되지만, 도파민 신호 하나를 학습 전체와 같은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주의·맥락·행동 선택에는 여러 뇌 회로가 관여한다.
목표지향 행동과 모델 기반 학습, 습관과 모델 프리 학습은 서로 가까운 개념이지만 같은 뜻으로 고정해서 쓰면 안 된다. 전자는 결과 가치와 행동–결과 관계를 바꾼 뒤 행동이 달라지는지를 검사해 정의하고, 후자는 환경 모형을 사용해 선택값을 계산하는지 보상 이력을 바로 누적하는지를 계산 모형으로 구분한다. 실제 연구에서는 두 구분의 측정값이 약하게만 일치하거나, 목표지향 통제와 습관 통제가 동시에 작동하는 결과도 나온다.
이 변화가 만들어진 연구의 흐름
차단 효과
- 조건정서반응이라는 절차를 썼다. 쥐가 레버를 눌러 먹이를 얻고 있는 상태에서 어떤 자극이 나오면 전기 충격이 온다. 쥐가 레버 누르기를 얼마나 멈추는지로 그 자극이 얼마나 학습됐는지를 잰다.
- 1단계에서 실험군에만 소음과 충격을 반복해 짝지어 충분히 학습시켰다.
- 2단계에서는 두 집단 모두에게 소음과 불빛을 함께 제시하고 똑같이 충격을 붙였다. 불빛과 충격의 짝지음도, 시간적 근접도, 횟수도 두 집단이 완전히 같다.
- 3단계에서 불빛만 단독으로 검사했다. 1단계를 거친 집단은 거의 반응하지 않았고, 1단계가 없던 집단은 불빛에 잘 반응했다.
- 카민은 결과의 '놀라움'에 주목했다. 충격이 이미 소음으로 잘 예측되면, 새로 추가된 불빛에 대한 학습이 크게 줄었다.
불빛과 충격의 짝지음·근접·횟수만으로 두 집단의 차이를 설명할 수 없었다. 이후 연합 모형이 예측 오차와 단서 경쟁을 핵심 변수로 다루는 계기가 됐다.
레스콜라–와그너 모형
- 한 시행에서 늘어나는 연합 강도를 예측 오차에 비례하게 놓았다. 결과가 낼 수 있는 최대치와, 그 자리에 있는 모든 단서가 지금 예측하고 있는 값의 합, 그 차이만큼만 학습된다.
- 결정적인 것은 합이다. 단서들이 각자 따로 학습하는 게 아니라 같은 결과를 놓고 경쟁한다. 이미 다른 단서가 다 예측하고 있으면 새 단서가 가져갈 몫이 없다.
- 이 한 줄에서 차단이 바로 나온다. 두 단서를 각각 따로 학습시킨 뒤 함께 제시하면 기대가 실제보다 커져 둘 다 강도가 깎이는 과잉기대도, 결과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예고하는 조건억제도 같은 식에서 나온다.
- 헐이 강화된 횟수로 세던 자리를, 이 모형은 놀라움의 크기로 센다.
예측 오차를 연합 강도 변화에 넣은 대표 모형이다. 훗날 강화학습과 도파민 신호 연구에 영향을 줬지만, 현대 강화학습의 모든 모형이 여기서 곧장 나온 것은 아니다.
「파블로프 조건화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것이 아니다」
- 교과서에서는 종소리와 먹이를 반복해서 함께 제시하면 종소리만으로도 침이 나온다는 예로 조건화를 소개한다. 레스콜라는 여기서 세 질문을 더했다. 학습은 언제 생기고, 무엇이 저장되며, 저장된 정보가 행동으로 어떻게 나타나는가. 논문은 American Psychologist 43권 3호 151~160쪽에 실렸다.
- 언제 배우는가 — 함께 나온 횟수와 함께 예측성을 봐야 한다. 그의 1968년 실험에서는 쥐에게 2분짜리 소리와 약한 전기 충격을 제시했다. 한 집단은 소리가 날 때와 나지 않을 때 모두 충격을 받았고, 다른 집단은 소리가 나는 동안에만 충격을 받았다. 소리와 충격이 함께 나온 횟수는 같았지만, 소리가 충격을 예측한 뒤쪽 집단에서만 소리에 대한 공포가 형성됐다.
- 무엇이 갈랐냐면, 소리가 없을 때도 충격이 오느냐다. 개로 바꿔 말하면 이렇다. 초인종이 울릴 때만 손님이 오면 개는 초인종을 신호로 삼는다. 초인종 없이도 손님이 자주 들어오면, 초인종이 울릴 때 손님이 오는 횟수가 아무리 많아도 개는 그걸 신호로 삼지 않는다. 붙는 것은 같이 나온 횟수가 아니라 그 신호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다.
- 카민의 차단도 같은 결론을 준다. 두 집단이 겪는 근접은 똑같고, 다른 것은 한쪽에서 이미 다른 신호가 결과를 전부 알려주고 있었다는 점뿐이다.
- 레스콜라가 준 요령은 인과다. 과학자가 이것이 저것의 원인이라고 결론 내릴 만한 상황에서 조건화가 생긴다고 생각하면, 무엇이 조건화를 만드는지가 대체로 잘 맞아떨어진다.
- 무엇을 배우는가 — 소리와 먹이뿐 아니라 그때의 방, 냄새, 바닥 감촉도 학습에 들어간다. 그래서 훈련 장소가 달라지면 반응도 달라질 수 있다. 두 자극의 공간적 배치, 유사성, 부분과 전체의 관계도 결과에 영향을 준다.
- 그리고 배운 것끼리 다시 묶인다. 이걸 보인 비둘기 실험은 이렇다. 먼저 붉은 화면과 줄무늬 화면을 각각 먹이와 짝지어, 둘 다 쪼면 좋은 것으로 만든다. 다음에는 반은 붉고 반은 줄무늬인 화면을 만들어 놓고, 그 화면이 뜨기 직전에 다른 그림 X를 띄운다. X는 먹이와 직접 짝지어진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비둘기는 X도 쪼게 된다. 먹이와 직접 붙은 적 없는 자극이 이미 붙은 자극을 통해 의미를 얻는 것이다.
- 레스콜라가 물은 것은 그래서 X가 무엇과 이어졌느냐다. 가능한 답이 둘이다. X와 붉은색, X와 줄무늬로 각각 두 줄이 갔거나, 아니면 붉은색과 줄무늬가 먼저 한 덩어리로 뭉치고 X가 그 덩어리 하나와 이어졌거나. 실험 결과는 뒤쪽이었다.
- 연합끼리 뭉쳐 새 단위가 되고, 그 단위가 다시 연합에 들어간다. 연결이 평평한 그물이 아니라 층을 이룬다는 뜻이다. 레스콜라는 이 대목에서 이건 사실 옛날 영국 연합주의 철학자들이 하던 말이라고 적었다. 파블로프 이후의 반사 연구 전통이 버려 두었던 생각으로 돌아간 것이다.
- 이런 위계는 '상황 설정자(occasion setter)'에서도 보인다. 어떤 신호가 먹이를 직접 예고하는 대신, 다른 단서와 먹이의 관계가 지금 유효한지를 알려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불빛 자체가 먹이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불빛이 켜졌을 때는 소리 뒤에 먹이가 온다'는 관계를 조절하는 식이다. 이때 동물은 개별 사건뿐 아니라 사건 사이의 관계에 붙는 조건도 배운다.
- 어떻게 행동으로 나타나는가 — 같은 결과를 예고해도 단서의 형태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 쥐에게 충격을 예고하는 넓게 퍼지는 소리는 몸을 멈추게 했고, 가까이 있는 막대 모양 단서는 그 물체를 덮어 숨기는 행동을 만들었다. 비둘기에게 먹이를 예고하는 작은 불빛은 쪼기를, 소리는 전반적인 활동 증가를 만들었다. 저장된 결과 정보와 단서의 지각적 성질이 함께 반응의 형태를 정한다.
- 학습은 원래 결과가 만들던 반응을 복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쥐가 사슬을 당기면 먹이 알갱이를, 레버를 누르면 설탕물을 얻도록 배운 뒤, 두 결과 중 하나를 예고하는 파블로프식 신호를 들려줬다. 먹이 알갱이 신호는 사슬 당기기를, 설탕물 신호는 레버 누르기를 선택적으로 늘렸다. 신호가 특정 결과의 표상을 불러내고, 그 결과를 얻는 행동의 선택을 바꾼 것이다.
- 따라서 조건반응 하나만 보고 학습의 내용 전체를 판단하기 어렵다. 반응의 형태, 새 강화물로 작용하는지, 다른 행동의 선택을 바꾸는지, 결과의 가치가 달라졌을 때 함께 달라지는지를 여러 검사로 확인해야 한다.
이 논문에서 파블로프식 조건화는 반응을 한 자극에서 다른 자극으로 옮기는 절차가 아니라, 환경의 예측 관계와 맥락을 표상하고 그 정보를 여러 행동에 사용하는 학습 과정이다. 현대 연합 이론이 묻는 세 축인 학습 조건·표상의 내용·행동으로의 표현이 여기서 선명하게 정리됐다.
「사람의 연합 학습은 명제적이다」
- 질문은 이것이다. 사람이 A 다음에 B가 온다는 것을 배울 때, 머릿속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무엇인가.
- 답이 두 가지다. 하나는 줄이 굵어진다는 설명이다. A와 B가 같이 나올 때마다 둘을 잇는 줄이 조금씩 굵어지고, 본인은 그 일이 일어나는 줄도 모른다. 생각할 필요도 없다. 명제설이 비판 대상으로 삼은 자동 연합 모형의 기본 그림이다.
- 다른 하나는 문장을 세운다는 설명이다. 학습자가 'A가 오면 B가 온다'라는 문장을 머릿속에 세우고, 다음 경험에 비추어 그게 맞는지 확인하고 틀리면 고친다. 저자들이 명제적이라고 부르는 것이 이쪽이다.
- 여기서 명제는 단어로 속말을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A가 B보다 먼저 온다', 'A가 B를 일으킨다', 'A가 있을 때만 B가 온다'처럼 사건과 관계를 함께 나타내고, 참인지 거짓인지 평가할 수 있는 지식을 뜻한다. A와 B가 연결됐다는 정보만 저장하는 연합 링크보다 관계의 방향과 종류를 더 분명하게 표현한다.
- 논문의 출발점은 이렇다. 지난 50년의 증거는 사람의 연합 학습이 이런 판단 과정에 기대고 있다고 가리키는데, 많은 학습 이론가는 그와 별개로 줄이 자동으로 굵어지는 기제가 따로 있다고 여전히 믿는다.
- 저자들이 중요하게 본 자료는 우연성에 대한 의식, 주의와 작업기억, 사전지식, 인과에 대한 지시가 학습 결과를 바꾸는 현상이다. 같은 A–B 경험을 보더라도 'A가 B의 원인'이라고 이해한 사람과 단순히 함께 나온다고 이해한 사람은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
- 직접 짝짓기를 새로 하지 않고 나중에 얻은 정보만으로 앞선 판단이 바뀌는 '후향적 재평가'도 핵심 사례다. AB가 결과를 예고한다고 배운 뒤 A만 따로 결과와 연결하면, B의 역할을 이전보다 작게 평가할 수 있다. 학습자가 사건들의 관계를 다시 추론한다는 설명과 잘 맞는다.
- 언어 지시만으로도 반응이 빠르게 달라질 수 있다. 어떤 단서가 결과를 예고한다고 알려 주거나 기존 관계가 끝났다고 설명하면, 실제 짝짓기를 다시 겪기 전에 기대와 선택이 바뀔 수 있다. 명제 접근은 이런 변화도 학습 체계의 일부로 다룬다.
- 저자들의 결론은 그 별도 기제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학습은 문장을 세우고 검증하는 추론의 결과이고, 무의식적인 과정은 기억을 꺼내고 지각하는 일을 도울 뿐 그 자체가 학습을 만들지는 않는다.
- 이 학술지는 논문 하나를 싣고 그 아래에 다른 연구자들의 반론과 저자 답변을 같은 호에 함께 싣는다. 강한 주장인 만큼 반대 의견도 그 자리에서 바로 읽을 수 있다. 논문 정보는 Behavioral and Brain Sciences 32권 2호 183~198쪽이다.
- 반론의 초점은 자동적 학습의 존재다. 일부 평가조건화 연구에서는 참가자가 보고한 관계 지식과 대상에 생긴 호감·비호감이 어긋났다. 동물에게 사람과 같은 명제 보고를 요구할 수도 없다. 이런 결과를 자동 연합과 의식적 추론이 함께 작동하는 이중과정으로 설명할지, 불완전한 의식 측정이나 보고되지 않은 관계 지식으로 설명할지가 논쟁으로 남아 있다.
- 그래서 이 논문은 '사람이 생각해서 배우는가'를 단순히 확인한 연구가 아니다. 같은 행동 자료가 자동 링크 형성과 관계에 대한 추론 가운데 어느 과정에서 나왔는지 구별할 수 있는 실험 조건을 요구한 이론 논문이다.
사람의 연합학습을 관계에 대한 명제 지식과 추론으로 설명하는 단일과정 입장이다. 자동 연합과 의식적 추론을 함께 두는 이중과정 입장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의 핵심 질문은 빠르게 나온 반응을 곧바로 자동 연합의 증거로 볼 수 있는지, 그리고 의식 보고가 없을 때 실제로 관계 지식도 없었다고 말할 수 있는지다.
연합과 인지는 때로 서로 다른 설명 수준이다. 같은 행동을 경험에 따라 변한 연결로 기술할 수도 있고, 그 연결이 활성화한 결과 표상과 의사결정 과정으로 기술할 수도 있다. 둘 중 하나의 이름을 붙이는 것보다 각 설명이 새 조건에서 무엇을 예측하는지 비교하는 편이 낫다.
인지학습도 하나의 기제는 아니다. 잠재학습·통찰·관찰학습·참조적 학습·통계학습이 모두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증거는 없다. 따라서 “인지학습으로 배웠다”에서 멈추지 말고 주의, 기억, 추론, 사회적 단서 가운데 무엇을 뜻하는지 밝혀야 한다.
9. 인지학습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인지학습은 하나의 별도 스위치가 켜지는 현상이 아니다. 학습자가 필요한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고, 경험의 요소와 관계를 기억에 묶고, 그 안의 규칙과 구조를 찾아 표상을 만들고, 목표에 맞게 기억을 꺼내 재조합하는 여러 과정의 묶음이다. 이 과정은 의식적으로 문제를 풀 때도, 반복되는 순서를 특별한 지시 없이 익힐 때도 나타난다.
1. 주의가 학습할 정보를 고른다
환경에는 동시에 너무 많은 정보가 있다. 감각적으로 두드러진 단서, 현재 목표와 관련된 단서, 결과를 잘 예측하는 단서, 예상이 빗나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생긴 단서에 처리가 집중된다. 사람의 시선이나 목소리 같은 사회적 단서도 무엇을 볼지 정한다. 개가 “앉아”라는 말보다 손의 움직임만 보고 있었다면, 실제로 학습되는 단서도 손짓 쪽이 된다.
2. 경험의 요소와 관계를 기억에 묶는다
학습자는 대상 하나만 저장하지 않는다. 무엇이 어디에 있었는지, 무엇 다음에 무엇이 왔는지, 어떤 행동이 어떤 결과를 냈는지를 함께 부호화한다. 해마를 중심으로 연구된 관계 기억은 떨어져 있던 요소들을 연결해 나중에 다른 순서와 상황에서도 꺼내 쓸 수 있게 한다. 작업기억은 지금 비교 중인 단서와 규칙을 잠시 유지한다.
3. 반복 속 규칙과 구조를 압축한다
자주 이어지는 소리, 함께 나타나는 모양, 여러 길 사이의 연결처럼 반복되는 관계가 하나의 구조로 정리된다. 통계학습은 인접한 항목의 빈도와 전이확률을 빠르게 포착한다. 멀리 떨어진 관계나 여러 장면을 가로지르는 전체 규칙은 주의와 작업기억의 도움이 더 많이 필요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지 지도는 공간뿐 아니라 사물·개념·보상 사이의 관계도 정리할 수 있다.
4. 기억을 재조합해 직접 겪지 않은 답을 만든다
관계가 구조로 저장되면 새로운 길을 찾고, A가 B보다 크고 B가 C보다 크다는 경험에서 A가 C보다 크다고 추론하고, 익숙한 요소를 새 조합에 적용할 수 있다. 인지학습 연구는 훈련한 문제를 그대로 반복시키기보다 새 위치·새 조합·지름길·전이 과제를 사용해 이런 유연성을 검사한다.
5. 목표와 현재 가치에 맞춰 행동을 고른다
같은 지식도 목표가 달라지면 다른 행동을 만든다. 목표지향 행동에서는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내는지에 대한 기억과 그 결과의 현재 가치를 함께 사용한다. 결과를 배부르게 먹여 가치가 낮아진 뒤 그 결과를 얻던 행동이 줄어드는지, 행동과 결과의 인과관계를 약하게 만들었을 때 행동이 달라지는지가 대표적인 검사다.
6. 결과를 보고 표상과 전략을 갱신한다
예상과 실제 결과가 다르면 기존 관계의 강도, 단서에 주는 주의, 문제를 푸는 전략이 바뀐다. 바로 행동이 나오지 않아도 정보가 저장될 수 있고, 저장된 정보도 맥락과 동기 때문에 검사에서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학습의 획득, 기억의 보존, 기억의 인출, 실제 수행을 나누어 측정한다.
직접 경험, 관찰, 언어는 서로 다른 입력 경로다
직접 해 보고 결과를 겪는 것만이 인지학습의 입력은 아니다. 다른 개체의 선택과 결과를 관찰하면 그 사회적 정보가 파블로프식·공간·조작적 학습에 쓰이는 회로에 들어가 직접 경험을 보완할 수 있다. 이때 관찰자는 동작 자체를 복사할 수도 있고, 시범자가 주목한 장소나 물건만 알아낸 뒤 자기 방식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사람은 언어 지시를 통해 아직 겪지 않은 관계도 빠르게 세울 수 있다. 반면 영아와 동물의 통계학습처럼 명시적 설명 없이 규칙성이 쌓이는 과정도 있다. 따라서 인지학습을 곧바로 의식적 사고와 같은 말로 쓰기보다, 어떤 입력을 받았고 어떤 표상이 생겼으며 새 문제에서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적는 편이 정확하다.
개가 처음 듣는 물건 이름을 고르는 장면을 예로 들면 과정이 보인다. 개는 사람의 말과 시선에 주의를 기울이고, 앞에 놓인 물건과 이미 아는 이름의 관계를 기억에서 꺼내고, 아는 물건을 후보에서 제외해 낯선 이름을 낯선 물건에 연결한다. 그 뒤 다른 위치와 다른 사람이 같은 이름을 말했을 때도 고르면 전이가 확인된다. 한 번의 선택에는 연합, 주의, 기억 인출, 배제 추론, 행동 선택이 함께 들어갈 수 있다.
10. 사람은 어떻게 배우는가
저절로 돌아가는 기제
아기는 직접 가르치거나 정답 보상을 주지 않아도 규칙성을 배운다. 아래 연구들은 통계, 화자의 시선, 타인의 행동 같은 서로 다른 정보를 어떻게 쓰는지 보여 준다. 이 결과들을 곧바로 “비연합학습”이라고 부르면 각 과정의 차이를 놓친다.
쓰지 않는 소리 구별을 버린다
- 영어권 가정의 아기에게 영어에 없는 힌디어 자음 대비를 들려주고, 소리가 바뀌었을 때 고개를 돌리는지로 구별 여부를 쟀다.
- 생후 6~8개월 아기는 대부분 구별했고, 10~12개월이 되면 거의 구별하지 못했다. 같은 나이의 힌디어권 아기는 계속 구별했다.
학습은 새 반응을 더하는 방향뿐 아니라 자주 접하는 언어에 맞춰 지각의 경계를 조정하는 방향으로도 일어난다. 이 변화의 시점과 정도에는 아기마다 차이가 있다.
뜻 없이 통계만으로 단어를 잘라낸다
- 생후 8개월 아기에게 뜻 없는 음절이 끊김 없이 이어지는 인공 언어를 2분간 들려줬다. 쉼도 강세도 없어서 경계를 알려주는 단서는 음절이 이어질 확률뿐이었다.
- 그 뒤 아기는 그 확률상 한 덩어리였던 소리와 덩어리를 가로지르는 소리를 다르게 들었다. 듣는 시간이 갈렸다.
명시적 설명이나 정답 보상 없이도 노출 속 규칙성을 빠르게 포착했다. 이 통계학습을 연합 과정으로 설명하는 모형과 별도의 계산 과정으로 설명하는 모형이 함께 연구되고 있다.
시간이 아니라 시선을 따라 이름을 붙인다
- 아기 앞에 뚜껑 덮인 통 두 개를 놓고, 실험자가 첫 번째 통을 들여다보며 새 단어를 말한다. 그리고 곧바로 두 번째 통에서 장난감을 꺼내 아기에게 준다.
- 시간적으로는 두 번째 물건이 그 단어에 훨씬 가깝다. 그런데 아기는 첫 번째 물건에 그 단어를 붙였다.
아기는 말소리와 물건이 나온 시간뿐 아니라 화자의 시선도 단서로 썼다. 사회적 주의가 단어 학습에 들어갈 대상을 고르는 데 관여한다는 결과다.
보상 없이 보기만 해도 배운다
- 아이들에게 어른이 커다란 보보 인형을 때리고 발로 차는 장면을 보여 준 뒤, 아이를 같은 장난감이 있는 방에 혼자 두었다.
- 그 장면을 본 아이들은 보지 않은 아이들보다 인형을 훨씬 공격적으로 다뤘고, 어른이 하던 동작과 말까지 재현했다.
- 아이들은 그 행동으로 강화를 받은 적이 없다.
아이가 직접 보상받지 않아도 관찰 뒤 새로운 행동을 재현할 수 있음을 보였다. 관찰학습에는 주의·기억·모방과 결과에 대한 기대가 함께 작동할 수 있다.
아이와 침팬지는 같은 시범을 다르게 썼다
- 불투명한 상자에서 먹이를 꺼내는 시범을 보여 준다. 시범에는 실제로 필요한 동작과 아무 소용 없는 동작이 섞여 있다. 침팬지와 3~4세 아이 모두 시범을 통째로 따라 했다.
- 같은 상자를 투명한 것으로 바꿔 쓸데없는 동작이 결과와 무관하다는 게 눈에 보이게 하자, 침팬지는 그 동작을 건너뛰고 아이들은 그대로 따라 했다.
이 과제에서는 침팬지가 결과를 얻는 데 필요한 동작을 골라 썼고, 아이는 인과적으로 불필요해 보이는 동작도 더 많이 보존했다. 한 연구를 모든 사람과 모든 과제의 차이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의도적으로 배울 때 — 반복해서 재현된 것들
아래는 사람의 기억과 숙련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다뤄진 현상들이다. 사람에게서 재현됐다는 이유만으로 개 훈련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개에게 옮길 때는 개 대상 연구와 과제의 차이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
망각 곡선
- 본인을 피험자로 삼아 뜻 없는 철자 목록을 외우고, 시간이 지난 뒤 같은 목록을 다시 외우는 데 드는 시간이 얼마나 줄었는지(절약률)로 기억의 잔량을 쟀다.
- 망각은 처음 몇 시간에 가파르게 일어나고 그 뒤로는 완만해진다.
학습과 망각을 시간에 따라 정량화한 초기의 대표 연구다. 아래 두 항목은 같은 시간을 쓸 때 기억을 더 오래 남기는 방법을 다룬다.
간격 효과
- 같은 내용을 반복 학습할 때 몰아서 하는 것과 나눠서 하는 것을 비교한 연구 254편을 모아 분석했다. 참가자 수는 약 1만 4천 명이다.
- 총 학습 시간이 같으면 나눠서 한 쪽이 일관되게 나았다.
- 최적 간격은 고정값이 아니라 시험까지 남은 기간이 길수록 함께 길어졌다.
사람의 언어 기억에서는 한 번에 몰아 외우는 것보다 간격을 둔 연습이 대체로 유리했다. 개에게 같은 간격이 최적이라고 바로 옮길 수는 없으며, 개를 대상으로 한 별도 연구를 봐야 한다.
시험 효과
- 지문을 읽은 뒤 한 집단은 같은 지문을 다시 읽고, 다른 집단은 지문 없이 기억나는 대로 써 내는 시험을 봤다.
- 5분 뒤 검사에서는 다시 읽은 쪽이 나았다. 그런데 1주일 뒤 검사에서는 시험을 본 쪽이 크게 앞섰다.
- 학습 직후의 느낌과 실제 장기 기억이 반대로 갔다.
이 사람 대상 과제에서는 다시 읽기보다 스스로 꺼내 본 연습이 장기 기억에 유리했다. 개 훈련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확인된 결과는 아니다.
전문성은 용량이 아니라 덩어리다
- 체스 마스터와 초보에게 실제 대국에서 나온 말 배치를 5초간 보여 주고 복원하게 했다. 마스터는 거의 정확히 복원했다.
- 같은 말들을 무작위로 흩뜨린 배치에서는 마스터의 성적이 초보와 거의 같아졌다.
이 과제의 마스터 우위는 일반 기억 용량보다 익숙한 체스 배치를 의미 있는 단위로 묶는 전문 지식에 크게 의존했다.
인지 부하
- 초심자에게 문제를 풀게 하면 목표에 도달하려는 탐색이 작업기억을 거의 다 쓴다. 답은 맞혀도 그 안의 규칙은 남지 않는다.
- 같은 시간에 풀이 과정이 적힌 예시를 보게 한 집단이 나중 문제를 더 잘 풀었다.
어렵게 만든다고 다 배움이 되지 않는다. 초심자 구간에서는 부하를 덜어 주는 쪽이 규칙 학습에 유리하다.
11. 동물은 어떻게 배우는가
연합학습은 여러 종에서 관찰되지만, 어떤 단서에 주목하고 어떤 결과를 빨리 배우는지는 종의 감각, 진화사, 발달 경험과 현재 동기에 따라 달라진다. 아래 연구들은 발달 시기, 생물학적 성향, 도구 사용, 기억, 사회적 학습, 사람의 신호 읽기를 서로 다른 과제로 살폈다.
각인 — 시기가 정하는 학습
- 부화 직후의 거위 새끼는 좁은 시기 안에 처음 본 움직이는 대상을 따라다니게 되고, 그 대상이 사람이어도 마찬가지다.
- 먹이도 강화도 필요 없고, 그 시기가 지나면 같은 경험을 줘도 잘 굳지 않는다.
- 로렌츠는 틴베르헌·프리슈와 함께 197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발달 시기가 학습 가능성과 선호 형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례다. 거위의 각인과 강아지의 사회화는 모두 시기의 영향을 받지만, 대상 종과 행동, 발달 과정은 서로 다르다.
모든 관계가 똑같이 쉽게 학습되지는 않는다
- 브렐런드 부부의 돼지와 너구리는 강화가 그대로인데도 훈련된 동작이 종 고유 행동으로 무너졌다.
- 가르시아의 쥐는 맛과 메스꺼움은 몇 시간 떨어져도 한 번에 붙였지만, 빛·소리와 메스꺼움은 붙이지 않았다.
종의 행동 성향과 단서·결과의 종류가 학습 속도와 표현에 영향을 준다. 훈련이 더딜 때 보상 횟수만 늘리지 말고 과제가 그 동물에게 얼마나 자연스럽고 구별 가능한지도 봐야 한다.
뉴칼레도니아 까마귀의 도구 제작
- 야생 까마귀가 잔가지를 다듬어 끝에 갈고리를 만들고, 판다누스 잎을 계단 모양으로 찢어 도구를 만드는 것을 기록했다.
- 도구의 형태가 개체마다 제각각이 아니라 표준화되어 있었고, 지역에 따라 형태가 달랐다.
야생에서 도구 형태가 일정하고 지역 차이도 있다는 관찰이다. 이 연구 하나만으로 그 형태가 사회적으로 전승된다고 확정되지는 않지만, 후속 문화 연구의 중요한 출발점이 됐다.
덤불어치의 무엇·어디·언제
- 덤불어치에게 더 좋아하지만 빨리 상하는 먹이(귀뚜라미)와 덜 좋아하지만 안 상하는 먹이(땅콩)를 각각 다른 곳에 숨기게 했다.
- 숨긴 뒤 짧은 시간이 지났을 때는 귀뚜라미 쪽으로 갔고, 오래 지난 뒤에는 귀뚜라미를 건너뛰고 땅콩으로 갔다. 상한 것을 직접 확인하지 않고도 그랬다.
무엇을·어디에·얼마나 전에 두었는지를 함께 쓴다. 사람의 일화 기억에 대응하는 능력을 동물에게서 행동으로 보인 연구다.
침팬지의 문화
- 아프리카 7개 장기 연구지의 관찰 기록을 모아, 어떤 집단에는 있고 어떤 집단에는 없는 행동을 추렸다.
- 생태 조건과 유전으로 설명되지 않는 행동 39가지가 남았다. 견과 깨기, 흰개미 낚시, 잎으로 물 적시기 등이다.
같은 종인데 집단마다 하는 일이 다르고 그것이 세대를 넘어 전해진다. 학습이 개체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개는 사람의 신호를 읽는다
- 먹이를 숨긴 두 그릇 중 사람이 가리키거나 쳐다본 쪽을 고르는 과제를 냈다.
- 개는 잘 골랐고, 사람 손에 자란 침팬지는 잘 못했다. 사람이 키운 늑대도 같은 나이 강아지만큼 하지 못했다.
- 생후 몇 주 된 강아지도 사람과 오래 지낸 경험 없이 해냈다.
저자들은 가축화 과정에서 사람의 의사소통 단서를 읽는 성향이 선택됐다고 해석했다. 다만 발달 경험과 유전의 몫을 나누는 문제는 후속 연구가 계속되는 부분이다.
개의 단어 — 리코와 체이서
- 보더콜리 리코는 200개 물건의 이름을 알았고, 처음 듣는 이름을 들었을 때 아는 물건들을 지우고 남은 낯선 물건을 골랐다. 4주 뒤에도 일부를 기억했다.
- 체이서는 3년간 1,022개의 이름을 배웠고, 훈련자가 보이지 않는 검사에서 이름과 명령이 별개의 뜻이라는 것, 범주 이름, 배제 추론을 차례로 통과했다.
한 문장을 통째로 외운 경우보다 유연한 이름 사용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새 명령·이름 조합의 성공에 반응 일반화도 기여했을 가능성을 적었다. 체이서 한 마리를 집중 훈련한 사례이므로 다른 개에게서의 재현 여부도 함께 봐야 한다.
동물의 따라 하기를 다룰 때 주의할 것이 있다. 남이 하는 것을 보고 같은 결과에 도달했다고 해서 동작을 복사한 것은 아니다. 남이 있던 자리나 만지던 물건에 주의가 쏠린 뒤 스스로 해결했을 수도 있다. 이것을 국소 강화, 자극 강화라고 부른다.
그래서 진짜 모방을 주장하려면 같은 결과를 내는 서로 다른 동작을 준비해 두고, 관찰자가 시범자가 쓴 쪽 동작을 골랐는지를 봐야 한다. 개에서 모방을 검사할 때 쓰이는 절차 가운데 하나가 Do As I Do다. 이 절차에서는 시범을 본 행동과 보지 않은 행동을 비교해 모방의 범위를 측정한다.
12. 언어는 어떻게 배우는가
언어는 이 논쟁의 최전선이었다. 촘스키가 스키너의 설명 범위를 비판한 자리도 여기고, 지금도 입력의 양·통계학습·사회적 상호작용·선천적 편향의 몫을 두고 논쟁이 이어진다. 아래는 서로 다른 연구가 확인한 범위다. 음운에서 화용까지의 층위 전체와 개가 어디까지 올라왔는지는 강아지에게 언어를 가르치기에 정리해 두었다.
소리 층 — 외국어 소리 학습을 도운 사회적 상호작용
- 아기는 주변 말소리에 담긴 소리의 분포에 맞춰 지각을 조정한다. 모국어에서 자주 붙어 다니는 소리는 하나로 묶고, 갈라야 하는 소리는 경계를 세운다.
- 미국 아기에게 중국어를 사람이 직접 와서 들려주면 중국어 대비 구별 능력이 유지되는데, 같은 사람의 같은 말을 영상이나 소리로만 주면 효과가 없었다.
이 외국어 음운 학습 과제에서는 영상이나 소리만 제시한 조건보다 사람과 직접 상호작용한 조건이 효과적이었다. 사회적 상호작용의 효과는 과제와 발달 시기에 따라 따로 검토해야 한다.
뜻 붙이기 — 새 이름을 낯선 물건에 붙이는 편향
- 아는 물건과 모르는 물건을 함께 놓고 새 단어를 말하면, 아이는 이미 이름을 아는 쪽이 아니라 모르는 쪽에 그 단어를 붙인다.
- 여러 실험으로 이 제약이 물건 전체와 부분, 재료 이름을 가를 때도 작동한다는 것을 보였다.
상호배타성은 새 단어의 후보를 빠르게 좁히는 편향 또는 전략이다. 한 물건에 여러 이름이 쓰이는 상황과 단어를 장기 기억에 남기는 과정은 별도로 연구한다.
연령 효과 — 몇 살에 영어 환경에 왔는가
- 미국에 이주한 한국어·중국어 모어 화자 46명에게 영어 문장의 문법성을 판단하게 했다. 도착 나이는 3세부터 39세까지였고, 미국 체류 기간은 모두 5년 이상이었다.
- 7세 이전에 도착한 사람들은 원어민과 구별되지 않았다. 7세부터 대략 사춘기까지는 도착 나이가 늦을수록 점수가 고르게 떨어졌다.
- 그 이후에 도착한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낮고 개인차가 컸다. 도착 나이와 점수의 관계도 사라졌다.
제2언어 문법 성취와 노출 시작 연령이 관련됨을 보인 고전 연구다. 참가자들이 받은 입력의 양과 질이 같았던 실험은 아니므로, 이 결과만으로 하나의 날카로운 '임계기'나 생물학적 원인을 확정할 수는 없다.
입력의 양 논쟁 — 3천만 단어 격차
- 하트와 리즐리는 42가정을 관찰한 뒤, 사회경제 집단에 따라 어린아이가 듣는 말의 누적량이 수천만 단어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른바 '3천만 단어 격차'는 관찰 시간에서 크게 외삽한 값이며 정책과 교육 프로그램에서 널리 인용됐다.
- 2019년 스페리 연구진은 42명의 가정을 현장 관찰해 이 수치를 지지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같은 계층 안의 편차가 컸고, 주 양육자 한 명이 아이에게 직접 하는 말만 세면 여러 어른과 곁에서 오가는 말이 많은 가정의 입력이 크게 과소평가된다고 지적했다.
- 같은 해 골린코프 연구진이 반론을 냈다. 표본과 비교 집단이 원 연구와 다르고, 아이에게 직접 향한 말과 곁에서 들리는 말은 효과가 다르므로 격차를 폐기할 근거가 못 된다는 것이다.
아이에게 향한 말의 양과 질은 언어 발달과 관련이 있다. 집단 사이의 격차를 추정할 때는 표본 규모, 관찰 방식, 아이에게 직접 한 말과 곁에서 들은 말의 구분에 따라 수치가 달라진다.
13. 개를 가르칠 때 이 구분이 하는 일
훈련에서는 “조건화로 행동을 만들고 그 위에 인지를 얹는다”는 2층 그림보다,개가 지금 무엇을 단서로 삼고 무엇을 결과로 예상하는지를 확인하는 편이 실용적이다. 같은 “앉아”도 말소리, 손짓, 사람의 자세, 장소 가운데 무엇이 실제로 행동을 통제하는지는 별도 검사 없이는 알 수 없다.
- 행동과 이름을 나눠 가르친다 — 물어오기 동작과 물건 이름은 서로 다른 정보를 요구한다. 체이서 연구도 각 이름을 오랜 차별강화로 가르친 뒤, 명령과 이름을 새롭게 조합해 별도 검사했다.
- “뜻을 안다”는 주장에는 전이 검사가 필요하다 — 익숙한 순서만 반복하지 말고 명령과 물건의 새 조합, 새 위치, 훈련자와 다른 사람, 냄새 단서 통제 조건에서 검사한다. 한 번 성공한 것과 장기 기억도 구분한다.
- 안 되면 반복 횟수만 늘리지 않는다 — 단서가 감지하기 쉬운지, 결과가 지금 가치 있는지, 환경의 다른 단서가 더 눈에 띄는지, 종 고유 행동과 충돌하는지부터 확인한다. 감각과 행동 성향에 맞는 단서와 과제를 고르면 학습 조건을 더 분명하게 만들 수 있다.
- 새 말과 기존 손짓을 동시에 내지 않는다— 둘을 늘 동시에 내면 더 두드러진 손짓만 배우는 차폐가 생길 수 있다. 큐를 바꿀 때는 “새 말 → 짧은 간격 → 이미 아는 손짓 → 행동 → 강화” 순서로 주고, 새 말만으로 수행하는지 별도 시행에서 확인한다.
- 세션은 짧게 하고 휴식을 둔다 — 비글 44마리를 같은 총 18세션 동안 훈련한 한 연구에서는 하루 세 세션을 연달아 한 집단보다 한 번만 한 집단의 습득이 빨랐고, 매일보다 주 1~2회 집단이 빨랐다. 다만 과제 하나의 결과이므로 모든 개에게 주 1~2회가 최적이라는 처방은 아니다. 피로·집중·과제 난도에 맞춰 조절한다.
14. 출처
원 연구와 연구자 리뷰를 함께 모았다. 링크에 따라 초록만 공개되거나 기관 접근이 필요할 수 있다. 각 연구가 보여 준 결과와 그 결과를 해석한 주장은 구분해 읽어야 한다.
연합 이론의 뿌리
연합 계보 — 1898~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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